"에르메스 187년 명성의 근간은 장인의 고집과 창의적 욕망"

입력 2024-05-19 18:39   수정 2024-05-20 08:32


“에르메스는 두 다리로 걷는다. 고집스러운 장인의 노하우와 창의적인 욕망이라는 다리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기욤 드 센느 부회장(67·사진)이 지난 18일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열린 비공개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드 센느 부회장은 에르메스 소속 장인과 한국 전통 금속공예인 ‘입사장’ 이수자 신선이 명장과 함께 ‘전통공예의 미래를 상상하다’를 주제로 약 8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드 센느 부회장은 에르메스 가문의 6대손으로 라코스테, 멈 샴페인 등을 거쳐 1997년 에르메스에 합류했다. 현재는 에르메스 소속 장인을 총괄하는 제조 부문 총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80여 개의 협의체인 코미테콜베르 회장(2016~2022)을 지내기도 했다.

이날 대담은 에르메스가 세대를 이어온 장인 정신과 기술을 대중에 소개하는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을 기념하는 개막 행사로 마련됐다. 그는 “에르메스는 장인의 손으로 만들어졌고, 우리가 말하는 장인은 국경과 시대를 뛰어넘는다”고 강조했다.

27일까지 열리는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은 지속할 수 있는 공예 기술을 선보이는 라이브 전시다. 잠실 석촌호수 옆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 세워진 전시장 안에 에르메스 장인 11명이 열흘간(22일은 휴관) 작업 과정을 선보이며 대중과 만난다. 2021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을 시작으로 토리노, 디트로이트, 싱가포르, 교토, 릴, 시카고, 방콕, 멕시코시티 등 9개 도시에서 열렸다. 서울은 이들의 열 번째 여행지다.

전시장에는 에르메스의 도자기 페인팅 장인, 안장 제작 장인, 보석 세공 장인, 장갑과 실크 스카프 장인 등 11명의 장인이 자신의 공방에서 가져온 기구와 도구를 모아두고 사람들을 맞이했다. 가죽 냄새를 맡고 재료를 직접 만져보거나 실크 프린팅을 하는 등 체험 코너도 마련됐다. 에르메스 장인의 섬세한 제작 과정을 세계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이 행사의 참여자들은 모두 공개 모집에 지원했다. 모처럼 공방을 벗어나 한국 관람객을 맞이한 장인들은 시연을 반복하면서도 지친 기색 없이 눈을 반짝이며 설명했다.

에르메스는 1837년 ‘아름다운 마구를 만들자’는 정신이 담긴 작업장에서 시작했다. 가죽, 가구, 향수, 주얼리, 시계와 기성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 과정에서 에르메스가 절대로 타협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세계 최고의 품질’이다. 최고의 품질을 약 200년간 이어온 핵심에는 장인과 예술가들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에르메스 소속 장인 수는 7300여 명. 프랑스 11개 지역에 50여 개의 공방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9월에는 프랑스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에르메스 기술 트레이닝 센터’의 문을 열었다. 매년 1개 이상의 공방을 에르메스 가족으로 맞이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전 세계의 공예 장인을 후원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에르메스코리아가 2015년부터 한국의 문화유산인 서울 궁궐 복원 사업을 후원한 것도 그중 하나다. 국내 명장들과 함께 경복궁 내부 집기와 기물을 복원하고 수리했다.

드 센느 부회장은 “에르메스 장인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30~50대 중년층도 발굴해 육성하고 있다”며 “오랜 전통을 지켜온 장인의 고집과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려는 창의적 열정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에르메스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했다.

김보라/양지윤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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