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콜리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 주인공이다. 콜리는 경주마를 타는 기수다. 로봇이 흔한 2035년 경마 기수 로봇이 있다고 이상할 건 없다. 콜리에게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제조 과정의 실수로 1000개의 단어를 배울 수 있는 칩이 들어가버렸다.
콜리 주변은 속도를 이기지 못하는 낙오자로 가득하다. 콜리가 타는 경주마 ‘투데이’는 관절이 닳아 달리지 못한다. 고등학생 연재는 명문대 진학을 포기하고, 언니 은혜는 걷지 못해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다. 엄마 보경은 사별한 남편과의 추억에 얽매여 과거를 살아간다. 무엇보다 콜리는 낙마 사고로 하반신이 부서졌다.
콜리는 묻는다. “왜 달려야 하나요.”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은 콜리를 통해 전진만 요구하는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뒤처진 사람과 동물에게 눈길을 주게 하는 작품이다.
장애인, 동물권, 과학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산만해질 수 있는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음악 덕분이다. 콜리 투데이 연재 은혜 등 캐릭터 사이 복잡한 관계가 가사를 통해 쉽게 이해된다. 노래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박천휘 작곡가가 만든 맑고 청아한 넘버(노래)는 작품 콘셉트와 잘 어우러지고 인물들의 순수함과 연약함이 묻어난다. 극 후반부에 호흡이 늘어지는 대목이 잠깐 있지만 전체 흐름은 깔끔하고 직관적이다.
로봇을 활용한 연출은 몰입도를 크게 높여준다. 15만 부 넘게 팔린 천선란 작가의 공상과학(SF) 소설 ‘천 개의 파랑’(2019)을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구현했다. 로봇과 말을 표현한 퍼펫(인형)의 완성도가 뛰어나 실감 나고, 로봇 강아지가 나오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하며 현장감을 부여한다.
고동욱 영상디자이너가 구상한 이동식 LED(발광다이오드) 화면도 무대를 알차게 꾸몄다. 모처럼 재미와 감동을 모두 살린 가무극이다. 부서지고 다친 작은 존재들이 연대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음악과 조화를 이룬다. 공연은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뮤지컬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초 버지니아 울프라는 필명(본명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으로 활동한 영국 여성 작가를 모티브로 하는 2인극이다. 주인공 애들린은 자신이 쓴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애들린이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소설을 완성한다는 설정이다. 공연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에서 7월 14일까지 이어진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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