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기술 수준이 선진국 스타트업에 밀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AI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은 200곳이 넘지만, 이 중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올해 들어 이탈리아와 인도 등에서 6곳의 AI 유니콘이 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의 ‘신데렐라’는 지난해 4월에 설립된 중국의 문샷AI다. 이 회사는 창업 1년도 되지 않아 유니콘 기업에 올랐다. 구글과 메타 등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양지린이 창업한 회사로 AI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올 1분기 13억달러(약 1조 7732억 원)에서 최근 25억달러(3조 4100억원)로 증가했다. 중국 대표 빅테크인 알리바바가 이 회사 주식의 36%를 보유 중이다.
지난 1분기 글로벌 AI 스타트업 투자액은 131억달러(약 17조 8618억원 )로 1년 전(175억달러)보다 25.1% 감소했다. 다만 1억달러(약 1364억원) 이상의 ‘메가 라운드’ 투자 건수는 같은 기간 11건에서 22건으로 두 배 늘었다. AI 투자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제일 많은 자금을 쓸어 간 곳은 미국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스타트업 엔스로픽(35억5000만달러)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오픈AI나 프랑스의 미스트랄AI 같은 국가 대표급 AI 기업을 키우려면 국가적 지원과 인재, 인프라, 자본시장 등 여러 조건이 맞물려야 한다”며 “한국은 AI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자본시장 항목에선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스타트업 분석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AI 스타트업 투자액은 3268억원으로 1년 전(898억원)보다 3.6배 증가했다. 국내 금융권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관계자는 “지금 유망 AI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못하면 기회를 놓친다는 분위기가 VC 업계에 팽배하다”며 “정부와 기관 등 펀드 출자자(LP)도 AI 스타트업 등 딥테크 투자를 강하게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 리벨리온, 초거대 언어모델(LLM) 개발사 업스테이지 등이 AI 유니콘 후보 기업으로 거론된다. 리벨리온은 지난 1월165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8800억원으로 커졌다. 업스테이지는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사업 확장 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 가치는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주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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