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에게 수다 떠는 아줌마…깔깔 웃다보면 어느새 코끝이 찡

입력 2024-05-27 19:14   수정 2024-05-28 00:20

“방심하면 어느새 관절염, 디스크. 이번에는 내 차례일까 두려운 암세포. 골반염, 방광염, 오십견, 위염!”

뮤지컬 ‘다시, 봄’(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이다. 가감 없이 무대에 올려진 중년 여성의 애환을 목격한 관객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을 터트리며 눈물을 닦는다.

작품은 ‘아줌마들의 수다’로 펼쳐진다. 동창 여행 중 교통사고를 당한 50대 여성 7명이 저승사자에게 각자 살아야 할 이유를 대며 설득한다.

어떤 이는 챙겨야 할 가족이 있다고 한다. 아들이 맡긴 운동화를 세탁소에서 찾아와야 하고, 남편은 나 없으면 냄비 하나 찾지 못한다. 개인적인 이유로 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일찍 남편과 사별한 은옥은 홀로 키운 아들이 취업한 덕에 어릴 적 포기한 가수의 꿈을 좇을 수 있게 됐다. 아나운서 진숙은 나이가 들었다며 자신을 밀어내고 면박을 준 상사에게 할 말이 남아있다. 미혼의 커리어우먼 연미는 여생을 함께할 짝을 찾는다는 희망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몸이 늙고 자신만의 삶을 살지 못했다는 허무함을 인정하고 보듬어준다. 그러면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가족에게 짐이 될 뿐이라고 자책하는 수현에게 저승사자는 어릴 적 화가의 꿈을 일깨워주면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작품은 중년 여성의 삶의 부정적인 면과 희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인생의 찬란한 시기는 끝나고 모든 게 시들어가는 가을과 겨울이 됐다고 느끼는 여성에게 희망을 일깨워준다. 사계절이 지나고 다시 봄이 돌아오듯, 이들의 인생에도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는 메시지가 이 작품의 제목이 ‘다시, 봄’인 이유다.

여성의 삶의 명과 암을 구석구석 보듬으면서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뱉는 대사가 나의 아내, 엄마, 혹은 관객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려 관객은 깔깔 웃다가도 코끝이 찡해진다. 공연은 오는 6월 7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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