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후폭풍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7년 만에 가자지구 국경검문소에 관리단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은 이스라엘 공습의 타당성 조사에 나섰다. 이스라엘군과 이집트군 간 총격전에 이집트 군인 1명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한 책임이 있는 하마스 고위급 테러리스트 2명을 죽인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위 조절’에 나선 미국과 달리 EU는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스라엘이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라파 공격 중단 명령에도 공격을 감행했다며 “가장 강력한 말로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분노한다”며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즉각 휴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개입 의사도 밝혔다. 보렐 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이집트와 가자지구 간 국경지대에 ‘EU 국경지원임무단(EUBAM)’을 배치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EU는 2005년 라파 검문소에 EUBAM을 파견했지만 2007년 6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뒤 철수했다. EU는 EUBAM이 국경을 관리할 경우 민간인 구호품 등이 보다 원활하게 드나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스라엘군과 이집트군 간 교전까지 벌어지며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집트는 카타르와 함께 이번 전쟁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양측의 휴전 협상은 지금까지 이집트에서 열렸고, 당초 다음주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1967년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기습공격해 3시간 만에 이집트 공군력의 80%를 격파하고 시나이 반도 전체를 점령한 바 있다. 6일간 진행된 제3차 중동전쟁에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1979년 평화조약 체결 전까지 적대 관계를 지속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8일 이스라엘의 라파 공습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온 데 대해 “비극적 실수”라면서도 “모든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전쟁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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