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지에서 치솟은 공사비 문제로 조합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업 지연을 피하기 위해 ‘선착공 후협상’을 선택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중간 합의 내용을 두고 벌어진 조합원 갈등이 일단락되며 공사중단 사태를 피했다. 반면, 성북구 장위4구역 등 한 차례 인상에 합의한 조합은 추가 증액 사유를 두고 마찰이 빚어졌다. 업계에선 공사비 갈등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는 등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은 3월 대의원회를 통해 선착공에 관해 일부 내용을 확정 짓는 협약서 체결을 의결했다. 기존 34개월이던 공사 기간을 시공사 요청대로 44개월로 연장하고 공사비 조달 방안도 다시 논의하겠다는 내용이다. 공사비 조달을 위해 1조원 규모 자금 차입도 함께 의결했다. 일반분양 지연으로 공사대금 지급이 늦어지자 조합이 직접 공사비 확보에 나선 것이다.
총회에서 안건이 통과했지만 그사이 내부 갈등도 나타났다. 조합은 해당 협약서가 선착공 조건으로 제시돼 총회에서 부결되면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조합원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 공사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조합원은 조건부 협약에 대해 “공사비 협상 과정에서 스스로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이라며 갈등을 빚었다.
반포주공1단지는 당초 3.3㎡당 510만원으로 공사비가 책정됐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급화 설계 도입으로 건설사가 공사비를 83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단 총회 의결로 공사 중단 사태는 피했지만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조합과 시공사는 다음달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해 오는 8월까지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 일반분양은 2026년 상반기에 이뤄질 전망이다.
성북구 장위4구역 역시 3월 시공사가 772억원의 공사비를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곳은 2015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공사비를 올렸다. 추가 증액 요구가 나오자 조합 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증액 요청 반복으로 분담금이 너무 올라 조합원 불만이 크다”며 “조합 내에서도 수용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상승 압박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9월 152.84를 기록한 뒤 연말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다시 상승 기조로 바뀌어 지난 3월 잠정치는 154.09까지 상승했다. 업계에선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오르는 데다 규제 완화가 겹치며 현장 비용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은 “주춤하던 주요 원자재 가격이 다시 오르면서 공사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며 “조합도 피로도가 높겠지만 건설업계도 금융비용 등 간접경비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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