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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첫 단추는 ‘지배구조 개혁’

입력 2024-06-05 06:00   수정 2025-07-04 13:03

[한경ESG] 커버 스토리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통한 자본 효율성 제고다. 일본 기업지배구조 개혁 방안을 설계한 이토 구니오 히토쓰바시대 특임 교수는 일본을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를 끌어내지 못하는 자산운용 후진국으로 진단했다. 투자자가 기업과 가치를 주제로 소통하지 않아 자본 효율성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가치를 혁신할 수 있도록 금융, 인재, 사회·환경 자본의 투입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이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투자자와 대화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 자기자본이익률(ROE) 8%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도쿄증권거래소(JPX)가 도입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지배구조 개혁을 통한 경영 혁신 도구인 셈이다.

실제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지배구조 지침(거버넌스 코드)에서 출발한다. 일본 상장사는 JPX가 2015년에 마련한 거버넌스 코드에 따라 투자자와의 대화 주제, 방식을 정한다. 이를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구체화한다. 이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고, 투자자는 이를 참조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에 따라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밸류업, ESG와 재무를 잇다

JPX는 기업이 지배구조 보고서에 밸류업 계획을 포함하면 관련 공시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 가이드라인은 제공하되 내용과 형식에는 제약이 없다. 닌텐도의 경우 ROE 등 지표로 경영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사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고, JPX는 이를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것으로 인정했다. 거래소와 기업이 거버넌스 코드에 따라 자율 설명(comply or explain) 원칙을 따랐기 때문이다.

나머지 대다수 기업은 산업 특성에 맞는 밸류업 계획을 마련해 공시하고 있다. 일본 주요 기업이 제출한 밸류업 계획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본비용(COE, WACC)을 상회하는 이익 목표를 ROE, PBR, 주당배당금(DPS) 등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신사업 확장 전략을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일본 기업의 특징은 밸류업 계획을 따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ESG 경영과 결부해 제공한다는 점이다. 대다수 일본 상장사는 밸류업 계획과 무관하게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ESG 경영전략이나 비전을 이미 포함하고 있다. 밸류업 계획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소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본 최대 금융 그룹인 미쓰비시 UFJ는 2024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모든 주주총회 안건은 ESG를 고려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ESG 데이터 북 발간 등 정보도 기재한다. 구체적으로 밸류업 계획은 통합 보고서(지속가능성과 재무 성과를 동시 게재)에 담았다. 통합 보고서에서 ROE 개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사업 부문별 자본 효율성을 별도로 측정해 공개했다.

일본의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 탐사 기업인 국제석유개발제석(INPEX)도 2024년 지배구조 보고서에 ESG 경영에 대한 내용을 포함했다. 특히 인적자본이 가치 창출 계획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명시했다. 인재 및 리더 육성, 인적자본 평가, 다양성 촉진이 ESG 경영의 일부로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밸류업 계획은 반기 IR 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석유 및 가스 사업이 지속가능성 위험과 좌초자산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며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자기자본비용보다 높은 투하자본순이익률(ROIC)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규모가 작은 상장사도 ESG 경영을 중심으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만들고 밸류업을 소개한다. 시가총액 1조원 규모의 미라이트 원은 2024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사람 중심 경영, 탈탄소화에 기여하는 사업 성장, ESG 경영 기반 마련 등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제시했다. 도시개발과 탈탄소화에 기여하는 녹색발전사업 진출 등도 강조했다. 사실상 밸류업 계획과 ESG 경영을 연결시킨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 기업들이 ESG 경영전략 공시를 강조하는 것은 일본 경제산업성의 영향이 크다. 경제산업성은 기업, 금융권, 학계 전문가와 함께 지난 10여 년간 연구 모임(이토 구니오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을 가졌다. 모임 결과 이토 리포트를 세 차례 발간했는데,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장기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ESG 경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밸류업을 위한 이사회 조건은

이토 리포트 3.0(일본 경제산업청 2022년 발간)은 기업 밸류업을 위해선 우선 지배구조를 투자자의 요구를 수용하고, ESG 경영을 펼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SG 경영에서 G(거버넌스)는 그 자체가 성과가 아니라 기업의 경제·환경·사회적 성과를 결정하는 동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특히 이사회가 기후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권고안은 이사회의 ‘기후 리스크’ 파악 여부를 확인하는 공시 프레임워크다. 권고안은 크게 지배구조(거버넌스),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감축 목표 4개 공시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거버넌스에서 이사회가 기후 사안을 어떻게 다루는지 살펴본다.

다수 기업에선 여전히 이사회와 경영진의 역할과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관련 정보를 공시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지배구조 부문 공시는 구조뿐 아니라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이사회와 경영진이 기후 관련 업무를 위해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사회의 기후 관련 업무 범위와 책임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이후 구체적으로 이사회가 어떤 기후 안건을 의결·심의·검토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경영진은 이러한 이사회의 판단을 전략에 어떻게 반영하는지 설명하고,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예를 들어 신한금융그룹, SK그룹은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와 소위원회가 어떤 기후 규제 안건을 보고 받고 결의했는지 공시하고 있다. 이사회, 경영진과 사무국의 역할도 명료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사회가 경영자의 ESG 성과와 보상을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자들은 이사회가 ESG를 얼마나 중장기적으로 다루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보상과 ESG 성과를 연결하면 이사회가 단기 실적뿐 아니라 회사가 설정한 중장기 환경, 사회 목표를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는지 드러낼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기업에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하는 경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경영진의 성과급에 연계할 필요가 있다.

석유회사 로열 더치 쉘은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3년 단위로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경영진 장기 보상을 10% 늘린다. 프랑스 식품회사 다논도 기후변화 완화 목표 충족 여부를 보상에 반영한다. 독일 기업 지멘스는 탄소배출량 감축, 직원 1인당 교육 시간, 고객만족도 지수 등을 묶어 ‘지속가능성 지수’로 만들어 경영진 보상과 연결한다. SK는 사회적가치를 측정해 경영진 성과에 반영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현대자동차도 ESG 평가 등급을 경영진 성과지표에 포함한다. 네이버는 공시 보고서에 경영진의 ESG 성과 지표를 산정하는 기준과 방법까지 공개하고 있다.

지배구조 정책과 지침 점검해야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와 지배구조 원칙을 점검하는 것도 밸류업을 위해 중요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개정 가이드라인은 OECD 기업 지배구조 원칙과 한국ESG기준원의 지배구조 모범 규준 등 최신 동향과 시장참여자의 요구를 반영했다.

개정안은 배당 예측 가능성 제공,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소통 강화, 이사회의 다양성 등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정보에 대한 공시를 유도한다. 특히 현금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은 최근 공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지배구조 평가에서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거버넌스 코드에 따라 기업지배구조 헌장 등을 갱신하는 것도 좋다. 거버넌스 코드는 주주의 권리 행사를 보호하고,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며, 공시 투명성을 높이고 지속가능성 사안에 대응하는 등 내용을 담는다. 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일본 증권거래소도 밸류업에 앞서 2015년 JPX 기업 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했으며, 특히 PBR 1배 이하 기업에 도입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G20/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을 참조해도 된다.

일본 밸류업의 시사점은



2023년 3월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JPX는 PBR 1배 이하 기업뿐 아니라 그 이상 기업에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PBR 1배 이하인 40% 내외(TOPX 500 기준) 상장사가 PRB 1배를 달성하기만 해도 전체 시가총액이 109조 엔(약 959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니케이 지수가 최근 폭발적으로 상승하며 버블 경제 이후 최고점인 4만 선을 넘나들자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밸류업 계획이 시작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실제 JPX가 프라임과 스탠더드 시장 상장사에 공시를 요구한 것은 2023년 3월이다.

2024년 1월 이후 매달 공시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데, 2024년 4월 말 대상 기업 3251곳 중 1230곳(37.8%)이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일본 투자업계에 따르면, 몇몇 자산운용사가 공시 정보 분석을 시작했다.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기 위해서다. 한국 기업 밸류업도 일본을 참조한 만큼 분석 결과가 나오면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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