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텔란티스의 결정은 8개월 만에 악수(惡手)가 됐다. 유럽연합(EU)이 지난 12일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다. 리프모터 전기차를 유럽에 싼값에 수입하겠다는 계산이 어긋났다. 결국 스텔란티스는 중국 생산분 일부를 폴란드 티치 공장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번 관세 인상의 최대 피해자인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도 중국 생산 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EU가 BMW 미니의 순수 전기차 에이스맨, 메르세데스벤츠의 EQS 등에 최대 세율인 48.1%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BMW, 벤츠, 폭스바겐 등은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 일부를 유럽으로 역수입하고 있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이달 13일 이메일 해킹 사건 관련 청문회에 참석해 “MS는 민감 정보를 넘겨달라는 중국 정부 요청을 거절했다”고 증언했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중국 사업을 영위할 가치가 있느냐”고 추궁했다.
중국 정부는 반간첩법으로 서방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반간첩법은 해외 기구·조직·인사를 위해 중국 국가 비밀 또는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간첩 행위로 규정하는 법이다. 법 개정 당시 간첩 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해석이 없어 중국인 및 중국 기업의 민감 정보를 취급하는 기업인은 모두 간첩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대사는 지난 5일 CBS 인터뷰에서 “올 3월부터 미국 기업 6~7곳이 급습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중국 당국)은 미국 기업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우리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혐의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당국은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정보서비스업체 민츠그룹과 캡비전 등의 사옥에 사전 통지 없이 난입해 직원들을 체포했다.
외국인 투자는 중국 경제 성장의 중요 동력 중 하나였다. 1990년대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은 해외 기업을 유치하며 경제 성장을 가속하고 첨단 기술을 받아들였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순유입 FDI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4년 6%에 달했다. 중국 임금이 상승하고, 현지 기업도 자체 기술력을 갖추면서 지난해 해당 비중은 0.2%로 감소했다. 글로벌무역 싱크탱크 힌리히재단은 “중국이 자국 기술 발전과 효율성 향상을 이끈 해외 기술로부터 멀어진다면 글로벌 공급망 중심이 된 속도만큼이나 빨리 중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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