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코끼리' 올라탄 현대차…"인도 국민기업 될 것"

입력 2024-06-16 18:30   수정 2024-06-17 01:51


현대자동차가 인도를 한국에 이은 제2의 생산·판매 거점으로 꼽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4억 명의 인구 대국이란 점, 주요국 중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점,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 정치적 리스크가 크지 않은 점 등이다. 하나 더 있다. 현대차가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현지 판매 2위에 오를 정도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하기로 한 배경이다. 현대차는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인도인을 주주로 둔 ‘인도 국민차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대신 인도로
16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투자은행(IB)들은 현대차 인도법인의 상장 후 기업가치를 최대 300억달러(약 41조6700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현대차 시가총액(56조1235억원)의 73%에 해당하는 수치다. 현대차의 지난해 전체 판매량(421만7000대) 중 인도 비중이 14.3%(60만5000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현대차가 인도 증시 상장을 검토하기 시작한 건 1년 전부터다. 인도 경제가 좋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8.2%로 주요 경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인도 경제 규모는 2022년 영국을 추월하며 세계 5위로 올라섰다. 내년엔 일본을 제치고 4위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높은 경제성장률은 자연스레 자동차 판매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약 380만 대였던 인도의 자동차 판매량은 2023년 413만 대로 8.2% 증가했다.

현대차가 인도에 힘을 주는 건 중국 시장을 잃은 영향도 있다. 현대차·기아는 중국에서 ‘현대 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7년 중국에서 179만 대를 판매한 현대차·기아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와 ‘애국소비’ 등으로 인해 작년엔 32만 대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인도 판매량은 50만 대에서 86만 대 수준으로 늘었다.
1위 마루티스즈키 추격
현대차 인도법인이 상장하면 1위 마루티스즈키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일본 자동차업체 스즈키는 1982년 인도 국영기업 마루티와 합작한 마루티스즈키를 2003년 인도 시장에 상장했다. 마루티스즈키는 IPO를 통해 2억달러를 조달했고, 현재 시총 483억달러 기업이 됐다.

현대차는 이보다 늦은 1998년 인도에서 첫 모델을 생산했다. 첸나이에 제1·2공장을 뒀고,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했다. 중부 아난타푸르에는 기아 공장도 있다. 내년 하반기 푸네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 공장(82만4000대)과 함께 1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기아까지 합한 현대차그룹의 인도 생산 능력은 150만 대로 확대된다.

현대차는 이번 IPO로 조달한 자금을 현지 투자 확대에 사용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발표한 인도 투자 규모(2033년까지 40억달러)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투자액은 추가 공장 건립, 판매망 확대와 함께 전기차 개발 및 생산에 투입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해 말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 전기차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현대차 인도법인이 상장하면 모기업에 의존할 필요 없이 현지에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만큼 인도에서 더 강력한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인도 증시 상장이 현대차 기업 가치 재평가를 이끌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인도에서 30억달러를 조달하면 그만큼 높은 밸류에이션을 평가받는다는 얘기”라며 “저평가된 국내 현대차 주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차준호/맹진규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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