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은 사람처럼 거짓말하며 게이머를 속인다. 게이머의 질문에 따라 로봇의 답변과 반응도 바뀐다. 생성 AI 덕분에 게이머가 즐기는 콘텐츠의 내용도 매번 달라진다. 생성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꾸며 말하는 ‘환각 문제’는 이 게임에선 되레 강점이 됐다. 한규선 렐루게임즈 스모킹건 총괄 PD는 “대화형 AI 기술을 게임에 적용해 더 깊은 수준으로 상호 작용을 만들어낸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렐루게임즈는 지난달 출시한 PC 게임 ‘마법소녀 루루핑’을 통해 또 다른 시도를 했다. 이 게임 이용자는 마이크에 대고 마법 주문을 외쳐야 한다. AI는 음량, 발음, 감정 등을 분석해 나온 결과값을 게임 캐릭터의 공격력으로 환산한다. 과거엔 없던 진행 방식이다. 이 게임 제작에 렐루게임즈가 들인 시간은 한 달, 인력은 단 3명뿐이다. 그래픽 작업은 한 명이 전담했다. 생성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해외에서도 생성 AI 챗봇을 게임에 적용하고 있다. 일본 야마다는 추리 게임인 ‘두근두근 AI 신문 게임’을 최근 내놨다. 게이머는 범죄 용의자인 생성 AI 챗봇과 대화하며 자백을 이끌어내야 한다. 중국에선 AI로 만들어진 가상의 친척들과 새해 인사를 하는 게임인 ‘에픽 쇼다운’이 지난 1월 출시됐다. 이 게임은 설 연휴와 맞물려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한 달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모았다.
챗GPT에 게임 진행을 맡기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요크대는 ‘GPT-4’에 총 쏘기(슈팅) 게임인 ‘둠’의 진행을 맡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GPT-4는 게임의 모든 단계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적과 싸우거나 목표를 찾아가는 행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같은 달 중국·싱가포르 연구진도 ‘GPT-4V’를 활용해 비디오 액션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2’을 작동한 결과를 공개했다. 국내 게임사인 데브시스터즈도 게임 난이도 평가에 생성 AI를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생성 AI 기술이 그래픽, 음성 등 디자인 요소뿐 아니라 줄거리 구성 등 게임 제작 전반에 쓰이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도 챗봇 기능 등 게임 내 도입이 가능한 ‘디지털 휴먼’ 개발 서비스를 지난 4일 공개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닷어스는 올해 생성 AI가 적용된 게임 시장 규모를 11억3700만달러(약 1조5600억원)로 전망하고 있다. 8년 뒤인 2032년엔 시장 규모가 71억500만달러(약 9조7100억원)로 6.2배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진 주로 비용 절감 목적으로 게임사들이 생성 AI 기술을 써 왔지만 앞으로는 AI로 게임 품질을 끌어올리거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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