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식료품 물가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과와 돼지고기는 비교국 중 가장 비싼 편이었다. 반면 공공요금은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농산물 수입 규제와 공공요금 인상을 막은 결과로 물가수준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의 전체 물가수준은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평균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2022년 1인당 GDP가 OECD 국가 평균의 90% 정도인 상황에서 물가 수준도 90% 안팎이었다. 하지만 품목별로 편차는 가장 큰 편이었다. 식료품과 의류, 주거비 등 의식주 물가 수준은 OECD 최상위권, 공공요금은 최하위권으로 조사됐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식료품 물가는 OECD 평균보다 56%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와 신발은 61% 더 비쌌고, 주거비 역시 23%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3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 등을 포함한 공공요금은 27% 낮은 수준이었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사과와 돼지고기, 식용유, 티셔츠, 골프장이용료, 렌터카 등이 OECD 국가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과는 OECD 평균 보다 세배 가까이 비쌌다. 반면 도시가스요금은 하위 30~40%, 전기요금은 하위 20%에 해당했다.
이같은 현상은 과거에 비해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식료품 가격은 1990년 1.2배에서 지난해 1.56배로 올랐고, 공공요금은 같은 기간 0.9배에서 0.73배로 더 싸졌다.
공공요금은 정부의 물가정책에 따라 낮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한국의 에너지요금은 생산비용 대비로도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가계 부담을 감안한 정부의 정책 노력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물가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공공요금의 경우 가계의 현재 부담을 낮추는 측면이 있지만 미래세대에 요금을 전가하게 된다는 점이 지적됐다.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한다는 게 한은의 생각이다. 농산물은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차질에 대비해 생산성을 높이고 공급채널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봤다.

한은은 이같은 조치를 통해 한국의 식료품과 의류 가격이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가계의 평균 소비여력이 7%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공공요금 정상화를 통해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일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소비여력 감소분(3%)을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한은의 분석은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한 고민을 언급한 후 나왔다. 당시 이 총재는 "농산물 등 물가 수준이 높은 것은 통화·재정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 수립할 것이냐,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이냐 중 국민의 합의점이 어디인지를 생각해봐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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