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일대의 오피스텔을 ‘역 갭투자’ 방식으로 대거 사들인 뒤 전세금을 챙기고 잠적한 일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높아지는 ‘역전세’ 현상이 벌어지자 사기꾼들이 처치 곤란한 집만을 골라 범죄에 악용한 것이다.
현재까지 총 26가구가 피해를 당한 상태다. 화성·김포·의정부 등 경기지역 신도시와 서울 금천 등 사기가 발생한 지역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한씨가 수도권 곳곳에 깡통 오피스텔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역 갭투자’란 전세 보증금이 주택 매매가 보다 높은 경우에 나타난다. 예를 들어 매매가 1억원, 전세가 1억 2000만원의 시세가 형성된 오피스텔의 경우를 말한다. 한씨같은 신규 매입자는 기존 집주인에게 현금 2000만원을 챙기고 새 집주인이 될 수 있다. 보통은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기지 않아 차액만큼 돈을 내고 집주인이 되는 ‘갭투자’방식이 일반적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오피스텔 매맷값이 떨어지면서 역전세 현상이 나타났다. 세입자의 전세 만기 시기가 도래하자 1억 2000만원을 전액 돌려줄 능력이 없어진 기존 집주인이 울며 겨자먹기로 ‘현금 2000만원+집문서’를 동시에 부동산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한씨는 이런 집들만 골라 수억원의 현금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세입자 김모씨(29)는 “한 씨는 역갭투자가 가능한 오피스텔만 집중적으로 공략했다”며 “가구당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최대 수천만 원의 차익을 취했다”고 말했다.

기존 전세사기의 경우 피해자간 정보 공유 등 연대를 형성 할 수 있었지만, 한씨의 세입자들은 자신이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사실을 몰랐다. 한 씨와 원 임대인들이 시세 차익을 공유했다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씨가 특정 임대인에게 오피스텔 매물을 여러 차례 사들인 정황이 발견되면서다. 한씨와 거래한 임대인 정모씨(29)는 최근 발생한 대전 300억대 전세 사기의 주요 피의자로 지목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 임대인이 깡통주택을 떠넘길 때 새 임대인이 임대사업을 할 만한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 사람인지를 검증할 법적 장치가 없어 발생한 문제”라며 “집주인이 바뀌면 임대 보증금 반환 책임을 원 임대인과 새 임대인이 공동으로 지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사기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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