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성 물질이 암 세포만 찾아 터뜨리는 ‘꿈의 암 치료기’ 국산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가천대 길병원과 다원메닥스가 개발 중인 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BNCT)의 초기 임상시험이 성공하면서다. 악성 뇌종양, 두경부암 환자 치료 근거를 쌓아 2026년께 국내 암 환자 치료에 활용하는 게 목표다.
붕소가 중성자와 만나면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 폭발적 에너지를 낸다. BNCT는 이를 활용했다. 환자에게 붕소를 주입해 암만 찾아가도록 한 뒤 인체에 무해할 정도로 적은 양의 중성자를 쏘면 방사선이 배출돼 암 세포를 죽이는 원리다.
국내에선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과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교모세포종 치료에 쓰이는 방사선량이 60그레이(Gy·흡수선량) 정도지만 BNCT는 10그레이 정도로 같은 효과를 낸다. 암 주변부엔 세포 하나 정도 크기만 영향을 줘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여러 번 반복하는 다른 방사선 치료에 비해 BNCT는 한 번만 받으면 된다.
임상시험을 책임지는 이기택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론적으론 완벽한 방사선 치료”라며 “의료계에선 이보다 더 좋은 방사선 치료는 나올 수 없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길병원이 이끈 국내 임상에서도 교모세포종 재발 환자 6명 중 2명이 일상 생활을 하게 됐다. 39세 환자 A씨는 치료 후 완치까지 기대하고 있다. 교모세포종 환자 완치율(5년 생존율)은 8.9%, 재발 환자 평균 생존기간은 8~9개월 정도다. 일본에선 BNCT 치료 후 생존기간이 18.9개월까지 보고됐다.
다만 암 재발 지표로 알려진 무진행생존기간(PFS)이 0.9개월로 낮은 것은 한계로 꼽힌다. 의료계에선 PFS를 평가하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암 재발과 방사선 간접 영향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생긴 오류로 파악했다. 스테로이드를 추가 투여하거나 기존 항체치료제(아바스틴)를 함께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후속 임상시험은 아바스틴 등을 함께 활용하도록 설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런 보완 치료를 함께한 국내 임상에선 PFS가 6개월 정도로 길어졌다”고 했다.
정부 입찰도 늘고 있다. 대만에선 보훈병원이 내년 BNCT 두 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의 한 기업과 일본 스미모토, 다원메닥스가 출사표를 던졌다. 유 대표는 “시판 허가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BNCT 기기, 붕소 의약품, 방사선량 소프트웨어”라며 “이 중 기기만 내년에 먼저 허가받아 첫 수출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