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20여 분의 시니어분들이 입실 예약을 해 놓은 상태에요. 하지만 나오려는 분들이 없어서 예약자도 언제 들어갈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노인복지주택에서 만난 입주 담당자는 입실 대기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입실 보증금이 4억~7억원에 달하는 데다 한 달 생활비도 1인 기준 280만~360만원인 데도 들어가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는 얘기다. 수치상 공실률은 퇴실한 어르신과 새로 입주하는 어르신 간 이주 시기 차이로 발생한 것일 뿐, 실제로는 100% 입주한 상태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 노령 인구 대비 노인복지주택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3년 12월 31일 주민등록 인구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985만8810명이다. 전년보다 46만명 늘어난 규모다. 전체 인구의 19.0%를 차지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실버복지주택은 총 40곳에 불과했다.

이는 이웃 나라인 일본과 비교해도 큰 격차다. 지난해 7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료노인홈(노인복지주택) 수는 2022년 기준 1만592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가 3392만 명인 것을 따져봤을 때 큰 차이를 보인다.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데, 노인복지주택 수는 400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산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지방 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은 74만9000명이다. 같은 비율대로라면 총 3곳의 노인복지주택이 있어야 한다. 실제론 1곳에 불과했다. 대구와 광주, 울산, 전남, 제주 등은 실버복지주택이 아예 없었다. A노인복지주택 관계자는 "노인복지주택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있으면 아무래도 자녀나 가족이 왕래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며 "입주를 원하는 고령자 스스로가 애초에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버주택 관계자들은 여러 조건 가운데서도 이른바 '병세권'으로 불리는 3차 병원(대학병원)과 가까이 있는 게 노인복지주택 입지에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강남권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빅5 대학병원 중 4곳이 몰려 있다. 경기 지역에도 용인세브란스병원, 분당 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등이 노인복지주택 주변에 있다. 결국 도심권에 가까워 본인은 물론 자녀 왕래가 용이하고 건강을 고려해 대형 병원과 가까운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 노인복지주택 관계자는 "KTX를 타고 서울 대학병원으로 의료쇼핑을 하는 실버세대도 많은 상황에서 지방에 노인복지주택을 짓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1000~2000명 이상을 돌볼 수 있는 초대형 노인복지주택이 등장해 이른바 '규모의 경제'로 생활비를 크게 낮출 수 있지 않은 한 수익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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