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안이 약 19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 등 첨단 기술 연구개발(R&D) 지원에 초점을 뒀다. 특히 내년 R&D 예산은 올해보다 16%가량 증액했다. 올해 R&D 예산 삭감 논란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는 2025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영계획안에 편성된 예산안은 총 18조9728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발표했다. 올해 17조9174억원과 비교하면 5.9% 증가한 수준이다.
이중 R&D 예산은 올해 8조4000억원보다 16.1% 증액된 9조7000억원으로 편성했다. R&D 예산이 감액되기 전인 지난해 9조1000억원과 비교해 6.5% 늘어난 수준이다. R&D 예산 중 4조3200억원은 AI·반도체, 바이오, 양자 등 선도형 R&D 지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60년간 이어온 추격형 R&D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R&D 체계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개발에 370억원,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252억원,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사업에 3684억원을 배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차세대원자력, 첨단모빌리티, 수소 등 국가 첨단 전략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미래 에너지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출연연은 올해 대비 83% 증액된 1833억원을 ‘글로벌 TOP 전략연구단’에 투입해 출연연 간 벽을 허물고 R&D의 거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디지털 혁신에는 8800억 원을 투입한다. 산업·생활 전반에 AI를 확산해 생산성을 높이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부처 협업 기반의 AI 융합 서비스를 발굴해 투자를 확대하고, AI 기반의 정보보호 대응체계 확립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신기술 핵심 인재 양성과 기초연구 확대에는 총 3조5700억원을 투자한다. 이 중 내년 기초연구사업 예산은 올해(2조1200억원)보다 10.5% 증가한 2조3400억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과기정통부 측은 “지난해 R&D 예산 삭감으로 불거진 연구 현장의 우려에 적극 대응하면서 기초연구 토대를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인재 양성과 관련해선 이공계 대학원생이 생활비 걱정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연구생활장려금(600억원)을 신설한 게 핵심이다.
이 밖에 과학기술 국제협력 관련 투자 예산은 1조2547억원으로 늘렸다. 국제공동연구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탄소중립 분야에서도 국제공동연구사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내년 11월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시아·태평양 역내 국가의 과학자 교류를 지원하는 사업(25억5000만원)을 시범 추진한다.
전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예산안은 다음 달 2일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 상임위 예비 심사, 예결위 본심사,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선도형 R&D가 실질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곳에 제대로 투자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민간이 개발하기 어려운 유망기술에 과감히 투자하고,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핵심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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