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투세 폐지 여부를 두고 정치 공방이 장기화하면서 채권 개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금투세는 개인이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얻은 연간 이익이 일정 금액을 초과할 경우 부과되는 세금이다. 특히 금투세가 예정대로 도입되면 그동안 비과세였던 채권 매매차익에 최대 27.5%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자수익 대신 매매차익을 노리고 표면 이자가 적은 저쿠폰 장기 국채 등을 주로 매입한 개인투자자의 투자 심리가 주춤한 배경이다.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국내 채권금리가 선제적으로 하락한 것도 반영됐다. 이미 국내 채권금리는 현 기준금리(연 3.50%)보다 훌쩍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는 연 2.9%대, 10년 만기는 연 3% 선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급격한 채권 금리 하락에 부담을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채권 매수를 꺼리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채권 영업 실태 점검에 나선 것도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주춤한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부터 한국투자증권, SK증권, 하나증권, iM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에 대해 개인투자자 채권 판매 영업에 관련된 서면 및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다. 증권사가 증권신고서 수리 전 개인투자자에게 청약을 권유하는 행위 등이 이뤄졌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도 내림세다. 지난달 5일 208조3371억원에서 같은 달 29일 199조6751억원으로 8조6000억원 넘게 떨어졌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기업어음(CP) 등 단기물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환금성이 높아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투세, 미국 대선, 중동 리스크 등 대내외적인 변수가 겹치면서 투자 수요가 위축된 탓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주식·채권시장 관망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투세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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