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께 서울 반포한강공원 자전거도로 앞. 10초에 한 대꼴로 빠르게 내달리는 자전거들에 보행자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어린 자녀와 함께 나들이를 나온 시민 김모 씨(42)는 "공원에서만큼은 아이가 편하게 놀게 두고 싶어도 자전거와 충돌할까 봐 늘 긴장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강공원에서 고속 주행을 일삼는 '자전거족'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늘고 있다. 공원 내 자전거 속도를 규제할 법적 장치가 없어서다. 한강공원이 보행자에게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있는 11개의 한강공원은 자전거족이 즐겨 찾는 인기 장소다. 넓고 평평한 도로와 시원한 강변 풍경 덕분에 라이더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꼽힌다. 문제는 한강공원 내 자전거도로가 잔디밭과 인도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보행자들과 자전거 간 충돌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이른바 '팩라이딩'이라 불리는 자전거 동호회들의 집단 질주도 시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민 이모 씨(46)는 "자전거들이 무리 지어 다니니까 더 무섭다"며 "자전거도로를 건너려고 하면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시속 40㎞에 달하는 속력을 낼 수 있는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보다도 더 큰 위협이다. 특히 페달을 밟지 않고도 모터의 힘으로 이동할 수 있는 '스로틀형' 전기자전거는 현행법상 개인형 이동장치(PM)로 분류돼 자전거도로 출입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일부 라이더들은 단속이 미비한 점을 악용해 자전거도로를 주행하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번호판이 없어서 추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읜은 "속도 제한 규정 도입과 단속 강화는 물론 보행자 보호를 위한 물리적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며 "보행자가 많은 구간에는 도로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자전거 속도를 자연스럽게 줄이는 감속 유도 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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