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를 개발한 나스닥 상장사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는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매출이 ‘제로(0)’였다. 화이자 GSK 등 다국적 제약사조차 개발에 실패한 MASH 치료제 개발에 치중한 까닭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레즈디프라’의 가속사용승인을 받으면서 전 세계 4억 명의 환자에게 희망을 던졌다.
마드리갈이 한국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면 이런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 시장에서는 재무구조보다 기술의 잠재력을 중시하는 상장트랙(기술특례제도)으로 상장한다고 해도 유예 기간 5년이 지난 뒤 연매출 30억원을 올리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마드리갈뿐만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이 바이오기업 전문 회계법인인 더올회계법인에 의뢰해 나스닥 상장 바이오 분야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에 코스닥 상장 규정을 적용한 결과, 32.5%인 65개 기업이 관리종목 대상이었다. 우리나라의 기술특례 상장기업 유예 혜택(3~5년)까지 적용한 결과다.
세계 최대 리보핵산간섭(RNAi) 치료제 개발사이자 FDA 허가 신약 다섯 개를 보유한 앨나일람(나스닥 시총 43.8조원)도 코스닥시장으로 무대를 옮기면 관리종목행(行)을 피할 수 없다. 연구개발(R&D) 투자로 손실이 누적되고, 자본금이 줄어들면서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완전자본잠식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비만약 시장에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경쟁 후보로 꼽히는 미국 바이오텍 바이킹테라퓨틱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역시 최근 5년간 매출이 없다.
희귀질환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선도 기업 사렙타(시총 15조원)도 코스닥 시장선 '법차손 위반'이다. 나스닥 시총 21조원 규모인 서밋 테라퓨틱스는 5년간 매출이 수십억원에 불과해 코스닥시장서 매출 기준(30억원) 및 법차손 위반으로 잠정 '퇴출'대상이다. 이밖에 인스메드(법차손 위반), 아센디스파마(자본잠식 위반), 아이오니스파마슈티컬스울트라제닉스 파마슈티컬(법차손 위반) 등도 관리종목 대상이다.
업계에선 세계 유일의 '갈라파고스' 상장 규제로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 시총은 7경5924조원으로 전세계 주식시장의 52%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1%수준에 불과하다"며 "52%시장에 상장된 기업에 1%시장의 잣대를 들이댔더니 대거 상장폐지 직전 단계까지 추락한다는 것은 ‘심각한 규제’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남정민/안대규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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