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했던 용의자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위 사진)가 지난해 자가 출판한 자서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계획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암살 시도가 이뤄지면서 대선 시계가 한층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암살 시도는 실패했지만, 분열된 미국 사회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그는 이란에 관한 부분에서 자신이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점에 대해 중동 국가에 사과한다면서 "우리가 다음 대통령으로 선출한 저능아(retarded child)에 대해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그는 머리가 없었다"며 이란과의 핵 합의가 깨진 점에 대해 "내 판단이 잘못되었고, 나는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남자"라고 덧붙였다. 이어 "당신은 이같은 판단 실수에 대해 트럼프와 나를 암살할 자유가 있다(You are free to assassinate Trump as well as me for that error in judgment)"고 적었다.
이어 "미국에선 누구도 자연선택을 실행할 용기가 없는 것 같다(No one here in the U.S. seems to have the balls to put natural selection to work."며 "혹은 비자연적인 선택조차도(or even unnatural selection)"라고 덧붙였다. 폭력적인 행위를 직접적으로 암시한 대목이다.
CNN에 따르면 용의자 라우스는 앞서 8차례나 체포된 적 있다. 서른 여섯 살이었던 2002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즈버로에서 무장한 채 경찰과 세 시간이나 대치하다가 체포됐다.
하와이 건설 노동자인 그는 캠프 박스 호놀룰루를 소유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농업기술주립대를 1998년에 졸업했다. 그는 적극적인 행동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와이에서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경력이 있고, 우크라이나 지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2년 4월에는 키이우를 찾아 최소 90일간 체류할 계획도 세웠다. 국제 자원봉사자 센터를 설립해 외국인과 군사, 원조단체를 연결하는 역할도 맡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 등장할 정도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라우스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남긴 글의 정치적 행보는 상당히 혼란스럽다. 2012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무소속 유권자로 등록한 그는 2024년 3월 민주당 예비선거에 투표했다. 그러나 2016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주장했다. 2019년에는 민주당원이었다가 트럼프 지지자로 바뀐 '빅 털시 가이' 털시 거버드를 지지하는 글을 적었다.2020년에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기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2024년에는 비벡 라마스왜미-니키 헤일리를 지지한다고 했다. 민주당 모금 플랫폼에는 그가 기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의 아들 오란 라우스는 CNN에 "다른 합리적인 사람들처럼, 나와 아버지는 모두 트럼프를 싫어한다"면서도 자신의 아버지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감쌌다.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골프 동반자 스티브 위트코프와 통화한 폭스뉴스 진행자 션 해니티에 따르면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발포 수 초 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덮치듯이 감쌌고 즉각 그를 방탄차량 안으로 이동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번 암살 시도 때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해니티에게 "나는 정말 그 홀을 끝내고 싶었다. 나는 이븐(파)를 기록하고 있었고 버디 퍼트를 했다"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넸다. 그는 15일 저녁 트루스소셜에 비밀경호국 등의 활동이 "절대적으로 뛰어났다"고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주요 정치인들은 즉각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사함에 감사하며 이러한 정치적 폭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주당원인 웨스트 팜 비치 카운티의 보안관인 릭 브래드쇼(아래 사진)는 비밀경호국의 "환상적인 일처리"를 칭찬하면서도 그에 대한 경호 범위가 대통령 시절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500야드(약 475m)는 결코 멀지 않은 곳이라는 얘기다. 브래드쇼 보안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에도 보안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만약 그가 대통령이었다면 우리는 모든 골프장을 둘러쌀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비밀경호국이 제한된 범위만을 경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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