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 명단인 이른바 '복직 의사 블랙리스트'를 작성·게재한 사직 전공의가 20일 구속됐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첫 구속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모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인 정씨는 지난 7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행동 등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담은 '감사한 의사' 명단을 만들어 텔레그램과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를 통해 여러 차례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감사한 의사'는 다수 전공의의 현장 이탈에 동조하지 않고 근무 중인 소수 의사를 비꼬는 표현이다. 명단에는 800여 명의 이름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2020년 의료파업 당시 참여하지 않거나 복귀한 이들 명단도 작성해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당초 개인정보보호법 등 혐의로 입건됐으나 경찰은 정씨가 당사자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등 지속·반복적인 괴롭힘 행위를 했다고 보고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이날 낮 12시 5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서는 재킷으로 얼굴을 가린 채 '혐의를 인정하느냐', '리스트를 왜 작성했느냐' 등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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