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것만 갖고 마약 공급 억제 정책이 성공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마약 수요가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하다. 마약이 비싸졌다고 해서 중독자가 마약을 끊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마약 공급이 줄어들면 마약 가격은 크게 오르지만, 거래량은 소폭 감소한다. 그 결과 마약 공급업자의 수입은 오히려 증가한다.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 구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 강도 등 범죄를 저지를 위험도 커진다.
과거 미국의 금주법이 실패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술 제조를 금지하자 웃돈을 얹어 거래하는 밀주 시장이 커지고 술 수요는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비싼 돈을 주고 밀주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공업용 알코올 등으로 술을 만들어 마시다가 목숨을 잃었다.
가격이 내리고, 소비도 줄었으니 마약 공급업자의 수입은 감소한다. 수요자는 마약 구입 비용이 줄어든 만큼 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유인이 작아진다. 마약 소비와 마약 관련 범죄가 모두 줄어든다.
마약 공급 억제 정책과 수요 억제 정책의 효과는 그 기간이 단기냐 장기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공급 억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마약 관련 범죄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공급 억제 정책의 결과 마약 가격이 비싸지면 호기심에 마약을 구입하는 신규 수요가 감소해 장기적으로는 마약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수요 억제 정책으로 마약 가격이 낮아지면 마약 시장의 신규 수요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미국 20여 개 주가 기호식품으로 대마 사용을 허가한 것도 이런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프리드먼의 생각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마를 합법화한 여러 주에서 마약 중독자와 관련 범죄가 증가했다. 공급 억제 정책도, 수요 억제 정책도, 합법화도 마약을 근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마약의 중독성과 폐해는 경제 원리를 압도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