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총리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발언을 내놓은 영향이다. 그는 전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취임 후 처음 만난 뒤 “개인적으로 추가로 금리를 올릴 환경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우에다 총재에게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제가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달러 환율 급등에 대해 “통화정책 정상화에 긍정적이었던 이시바 총리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발언을 내놓은 영향”이라며 “이 발언으로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의 이번 비둘기파 발언은 시장이 불안한 반응을 보인 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상을 지지했던 이시바 총리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지난달 27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2엔대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이후 증시 첫 거래일인 지난달 30일엔 닛케이지수가 4.8% 급락했다.
시장에선 이르면 12월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해왔지만, 내년 1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노구치 아사히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이날 나가사키에서 열린 금융경제간담회에서 “2% 물가 안정 목표와 일치하는 마인드가 사회 전체에 자리 잡기까지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때까지는 완화적 금융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아시아판 NATO 창설에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 허드슨연구소에 기고한 글에서 “아시아에 NATO 같은 집단적 자위 체제가 존재하지 않고 상호 방위 의무가 없어 전쟁이 발발하기 쉽다”며 “아시아판 NATO 창설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핵 연합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의 집단 자위권 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평화 헌법과도 어긋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일 출범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전달 기시다 후미오 내각보다는 크게 올랐으나, 역대 정권 출범 직후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요미우리신문이 1∼2일 10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51%였다. 지난달 13∼15일 집계된 기시다 내각 지지율 25%보다는 높은 수치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 조사 기준 2009년 이후 15년 동안 새 내각이 발족했을 당시 지지율 중 최저다.
니혼게이자이 조사에서도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51%로 나타났지만, 이 신문이 현행 방식으로 조사한 2002년 이후 정권 출범 직후 지지율로는 역대 최저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강한 순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자민당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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