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도입되는 건 연금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한 번 사업자를 선택하면 계좌를 이동하는 일이 드물었다. 계좌를 옮기려면 보유 중인 상품을 매도해 현금화하고, 옮긴 회사 계좌에서 다시 상품을 매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과정이 번거로울뿐더러 상품을 사고팔 때 투자 수익을 놓칠 가능성도 있었다. 정기예금처럼 만기가 있는 상품에 가입했을 때는 중도에 해지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도 감수해야 했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도입되면 보유 중인 상품을 그대로 다른 금융사 계좌로 옮길 수 있다. 연금 사업자별 수수료율이나 운용 성과에 따라 자금이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물 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연금에 적합한 자산배분형 상품을 중심으로 수익률을 개선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보다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연금 이전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수적인 성향의 은행보다는 증권사가 투자형 상품 선택지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예로 들면 은행은 연금 계좌에서 100~140개 ETF를 거래할 수 있지만, 증권사는 600~700개에 투자할 수 있다. 증권사 연금 계좌에서는 실시간으로 ETF를 거래할 수 있지만, 은행은 예약매매처럼 미리 주문을 넣으면 해당 가격으로 나중에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도 한계다.
DC형 계좌를 옮기려면 회사에서 선정한 퇴직연금 사업자가 어느 곳인지를 확인하고, 이 가운데에서 선택해야 한다. 변경할 수 있는 시기는 회사마다 다르다. 보통은 1년에 한두 번 기간을 정해 신청받는다. IRP 가입자는 원할 때 언제든 퇴직연금 사업자를 바꿀 수 있다. 신청은 적립금을 옮겨 받을 금융사에서 하면 된다.
보유 중인 모든 상품을 이동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예금 채권 ETF 등 대부분 상품은 그대로 옮길 수 있지만, 리츠 머니마켓펀드(MMF) 주가연계증권(ELS) 등은 기존처럼 상품을 매도해 현금화한 다음 이전해야 한다. 운용 지시가 없을 때 금융사가 자동으로 투자하는 디폴트옵션도 이전할 수 없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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