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리포트 이후 10년…IR에서 밸류업 열쇠 찾은 일본

입력 2024-11-04 10:46   수정 2024-11-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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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일본 기업은 다양한 기업 혁신을 단행해 왔지만 기업 가치 관련 성과 지표가 충분히 향상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4년 6월 ‘지속적인 기업 가치 향상에 관한 간담회’ 내용을 정리한 중간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내놨다. 간담회 좌장은 2014년 ‘이토 리포트’를 공표한 이토 구니오 히토쓰바시대 교수(CFO교육연구센터장)다. 이토 교수는 이토 리포트 발간 이후 10년의 시간을 검증하며 일본 기업에 필요한 과제를 도출했다.

일본 기업은 최근 10년간 사외이사 증가, 정책 보유 주식(기업 간에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보유하는 주식) 감축, 모자회사 상장 감축, 매수 방어책 폐지, 정보공개 강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특히 이토 리포트에서 최저 8%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제안한 이후 ROE와 투하자본이익률(ROIC) 등 자본 효율을 중시해야 한다는 인식이 경영자에게 생겼다.

중간보고서는 “기업 가치가 향상된 기업은 일부에 그쳐 미국·유럽 기업과 차이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알 수 있다. 2013년 평균 1.26배였던 일본의 PBR은 10년 뒤인 2023년 1.46배로 횡보하며 거의 오르지 않았다. 동일한 시기의 미국을 보면 PBR은 3배에서 5.32배로 올라 기업 가치가 향상됐다.

저조한 원인은 낮은 PER 때문

일본 기업의 PBR이 저조한 원인은 뭘까. PBR은 ROE와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한 결과다. ROE는 기업의 과거 실적, PER은 투자자의 미래 기대를 나타낸다. 이토 리포트 공표 이전 5% 전후였던 ROE는 2023년 9.22%로 향상됐다. 주목할 부분은 PER이다. 2009년 30배를 초과한 PER은 2013년 미국과 유럽에 역전당했다. 2013년 16배였던 PER은 2023년에도 16.88배에 그쳐 장기적으로 보면 감소하는 추세다. 일본 기업 성장에 대한 낮은 기대는 낮은 PBR로 이어졌다.







PER은 주당 당기순이익과 주가를 비교한 지표로, PER이 높아지려면 주가가 높아야 한다. 간담회 중간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투자자와 기업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는 다양한 요인으로 변동하기에 경영 지표로 삼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많다. 반면 투자자에게 주가는 기업을 평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정보다. 경영자는 주가를 시장에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투자자는 주가 상승이 경영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양자의 인식에 간극이 있는 셈이다.

중간보고서는 PER을 높이려면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장기적 관점의 경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경영을 실천해도 그것이 투자자로부터 적절히 평가되지 않으면 성장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지 않고, PER에 반영되지 않는다. 정보공개와 투자자 대화가 질적으로 향상돼야 하는 이유다. 기업과 투자자 양쪽에 과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제에 주목한 것이 도쿄증권거래소다. 도쿄증권거래소는 2023년 3월 ‘PBR 개선 요청’을 내세워 상장사의 PBR 향상을 지원했다. 2024년에는 ‘상장회사 서포트 그룹’을 발족했다. 이 그룹을 담당하는 니데가와 사토시 과장은 “기업에 PBR 개선을 요청할 뿐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며 “PER이 향상되려면 투자자 대상 홍보(IR)를 강화해야 한다. 기업의 첫걸음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매칭 모임 개최

중견·중소기업에는 IR 전담자가 없는 경우가 많고, 경영진에게 IR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도쿄증권거래소는 기업이 요청하면 그 기업을 방문해 경영진에게 IR의 의의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30개사가 도움을 받았다. “PBR 개선 요청의 의미를 가르쳐주세요”, “영문 공개는 언제 하나요” 등 질문이 있었다고 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PBR 개선을 요청하게 된 배경과 IR 강화의 필요성을 경영진에게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중견기업 약 10개사를 대상으로 기관투자가와 만날 수 있는 모임을 개최했고, 국내외에서 약 30개 기관투자가가 참가했다. 기업에는 투자자와의 접점이 생기는 장점이 있고, 투자자는 성장이 기대되는 숨은 기업을 발굴할 수 있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며,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열 계획이다.

8월에는 그로스(Growth) 시장 상장사를 위해 투자자의 흥미를 끌 만한 동영상을 게재할 예정이다. 그로스 시장에 상장한 약 600개사에 문의한 결과 100개 넘는 회사가 신청했다. 경영자가 사업 내용, 업계에서의 강점, 미래 전략 등을 5분 정도 발표하면 투자자는 이 짧은 동영상을 보고 성장 기업을 발굴할 수 있다.

전략과 기술이 뛰어나도 그 내용이 투자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성장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지 않고 PBR도 높아지지 않는다. 일본 기업 가치의 향상은 성장에 대한 의욕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로를 보여주는 IR의 강화에 달려 있다.

한자와 사토시 니케이ESG 기자

번역 김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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