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가방 반값에 득템"…명품족 돈 싸들고 몰렸다

입력 2024-10-22 09:22   수정 2024-10-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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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품 업체들이 중국에서 매출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중고품 및 암거래 시장에 해당하는 '회색시장(합법과 불법의 중간에 있는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명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이 시장으로 몰리면서다.
中 명품 회색 시장 78조年 30%로 가파른 성장세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중국 내 명품 회색시장은 연간 570억달러(약 78조5100억원) 정도의 규모로 추산되며, 최근 명품 재판매 플랫폼이 부상하며 성장세가 가팔라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명품 재판매 플랫폼인 더우(Dewu)에서는 공식 수입업자의 허가 없이 수입해 정품보다 20~50%가량 저렴한 병행수입 제품들이 주로 판매된다. 중국 명품 컨설팅 기업 리허브(Rehub)는 올해 2분기에 더우에서 판매되는 48개의 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19% 늘어난 70억위안(약 1조3500억원)을 돌파했다고 추정했다.



컨설팅 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내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인 플럼, ZZER, 시앤위 등을 포함한 이 시장은 2020년 이래로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 타이니치 ZZER 창립자는 "플랫폼 내 판매자 수가 정말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대부분 처음으로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중고 명품 거래로 이익을 거두려고 하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 창립자는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평균 구매 가격이 10%가량 떨어졌지만, 루이비통과 코치와 같은 브랜드는 여전히 빠르게 판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고 명품 시장의 성장세는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거둔 성적표와는 대조적이다. 지난 15일 루이비통, 디올, 셀린 등 고급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럭셔리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올해 3분기(7~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줄었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일본 시장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LVMH의 주요 사업 분야 및 분기 매출이 줄어든 것은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도 이날 3분기 매출이 중국 및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줄어들며 7.2%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영업이익은 분석가 추정치 중 최저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中 소비자, 고가 명품 소비는 줄여도 관심은 여전
중국은 전 세계 명품 매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경기 침체는 명품 업체에는 그 자체로 악재로 작용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발 위기 영향으로 전반적인 성장도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소매 판매 성장률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예상치(2.5%)와 전월 성장률(2.1%)을 웃돌았다. 다만 경제 근간인 1~9월 부동산 부문이 10.1% 줄어들었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4.6%로 둔화했다.

다만 중국 소비자들이 고가 명품 소비는 줄였어도, 명품에 대한 관심은 여전해 회색시장이 성장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고가 명품 시장 대신 비교적 저렴한 회색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다. 맥스 피에로 리허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 다른 나라 간의) 가격 격차가 존재하는 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회색시장'으로 갈 기회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커지에 마케팅 콘텐츠 매니저는 "고급 브랜드의 가격 상승은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2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로이터통신에 설명했다.

명품 업체들은 고급화 전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중국 소비자들의 중고 거래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LVMH 경영진은 지난 15일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더 저렴한 제품군을 출시할 의향이 없으며, 중국 내 중고 시장에 개입할 의향도 없다고 밝혔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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