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27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대패했다. 자민당 단독으로 과반 의석(233석) 확보에 실패할 것이 확실시된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 확보가 불확실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출범 한 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자민당 내에서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은 21∼3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174∼25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시바 총리가 이번 선거의 승패 기준으로 제시한 연립 여당 과반 확보도 불확실하다.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 등 주요 신문은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쳐도 절반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연립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옛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TV아사히와 인터뷰에서 “비자금 스캔들로 매우 엄격한 심판을 받았다”며 “앞으로 우리가 내건 정책 실현을 위한 노력을 최대한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28∼191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종전 98석 대비 최소 30석, 최대 93석을 얻게 된다. 국민민주당(20~33석), 레이와(6~14석) 등 야당도 의석을 크게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우익 성향의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28∼45석)는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원래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던 비주류 이시바 총리가 1일 취임 후 당내 주류 세력의 입장을 끌어안으며 평소 말과 다른 행동을 보인 점도 국민의 실망을 산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는 고물가가 계속되고 실질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으면서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 불만이 컸다.
일본은 조기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거가 치러지면 다시 총리 지명 선출 등을 위한 ‘특별 국회’를 연다. 총리 지명엔 중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자민·공명당이 최종적으로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무소속 의원을 영입하거나 일부 야당을 새로운 연립 정권 파트너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연립 정권이 확대되더라도 이시바 총리의 입지는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내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전에 총리 교체론이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 결선을 치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다카이치를 밀었던 아소 다로 자민당 최고고문이 ‘이시바 끌어내리기’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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