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21년 8월 금리 인상 사이클을 시작한 지 38개월 만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 대출자들은 금리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은행 주택담보대출 등 주요 대출금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다.
은행 대출금리는 은행채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시장금리를 반영한 준거금리에 은행들이 자체 산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그런데 시장금리와 가산금리 모두 오르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연 3.149%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의 평균 금리는 지난달 28일 연 3.318%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데다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 등으로 한국도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면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후 처음 발표된 9월 은행권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도 8월(3.36%)보다 0.04%포인트 높은 3.40%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5대 은행은 시장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올 7월 이후 20여 차례 이상 가산금리를 올렸다.
예금금리는 하락한 반면 대출금리는 오르면서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추세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의 이자이익은 커진다. 5대 은행의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0.734%포인트로 8월(0.57%포인트)보다 0.164%포인트 확대됐다.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합계 이자이익은 31조4387억원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30조9368억원)보다 1.62%(5019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이자 장사’ 비판을 받아온 은행들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심화하고 있어서다. 2금융권에서만 지난달 가계대출이 2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줄었지만 지방은행과 2금융권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수신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중 자금은 은행으로 몰렸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0월 말 기준 942조133억원으로 전월(930조4713억원)에 비해 11조5420억원 증가했다. 정기적금도 같은 기간 38조74억원에서 38조9176억원으로 9102억원 늘었다.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 포함)은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623조3173억원에서 613조3937억원으로 9조9236억원 줄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