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 료타로의 소설 <언덕 위의 구름>의 실제 주인공 아키야마 사네유키는 1898년 미국과 스페인이 쿠바 앞바다에서 전쟁을 벌이자 미 해군 함선에 탑승해 참관할 기회를 얻는다. 주미 일본 대사관 무관 자격이었다. 여기서 그는 미 해군이 전함마다 무선 통신 장비를 싣고 본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무적 스페인 함대를 제압하는 광경을 목도한다. 대형 해도(海圖) 위에 모형 함선을 올려놓고 시뮬레이션을 하며 전략을 가다듬는 ‘워게임’도 이때 배운다.몇 년 후 작전참모로 러·일 전쟁에 참전한 아키야마는 일본 연합함대가 러시아 발틱함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데 크게 기여한다. 우리에겐 한·일 합병으로 이어진 뼈아픈 역사지만, 최신 전쟁의 양상을 직관하고 전략·전술을 연구하는 게 중요한 이유를 일깨우는 고전적 사례다.
당연한 얘기를 굳이 설명하는 이유는 “참관단 파견은 파병이며 이는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획책하기 위한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 때문이다. 오로지 이재명 대표 방탄과 정쟁을 위한 괴담 선동에 4성 장군 출신 재선 의원이 총대를 멨다는 점에서 더욱 입맛이 쓰다. 맞지도 않는 헌법을 들먹이며 “단 한 명의 군인이라도 국회 동의 없이 파견하면 국방장관을 탄핵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자칭 손자병법 전문가라는 이 의원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냈다. 군에 있을 땐 실력이 출중하고 존경받는 군인이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그가 변한 이유는 뻔하지 않으냐”고 했다. 혹시나 정권이 바뀐 뒤 국방장관 자리라도 넘볼 요량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러기엔 후배 군인들의 신망을 잃어도 너무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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