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장수 총리였던 아베 신조는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자 9일 만에 뉴욕 트럼프타워를 찾았다. 트럼프에게 선물할 수백만원짜리 금색 혼마 골프 드라이버를 들고서다. 3개월 뒤 아베와 트럼프는 첫 정상회담에 맞춰 미국 플로리다주 골프장에서 라운딩했다. 두 사람은 재임 기간 총 다섯 번의 골프를 쳤고, 무려 열네 번의 정상회담을 했다.트럼프는 당시에도 일본에 주일미군 주둔비 부담을 늘리라거나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문제 삼는 발언을 반복했다. 아베는 트럼프를 만날 때마다 치밀하게 준비했다. 매번 슬라이드 자료를 만들어 미·일 동맹이 미국에 얼마나 큰 이익이 되는지 설명했다. 아베는 주일미군 주둔비에 대해 “미군 월급 외 공과금, 주거비 등 70% 이상을 일본이 부담하고 있다”며 “미군 부대를 미국 본토에 두는 것보다 일본에 주둔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설득했다. 트럼프는 “매우 이해하기 쉽다”며 “당신은 천재”라고 답했다.
최근 만난 일본의 한 미국 정치 전문가는 트럼프를 공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국민 지지율이 높을 것 △복잡한 사안을 알기 쉽게 반복 설명할 것 △보통 사람보다는 골프를 잘 치되, 트럼프보단 못 칠 것 등이다. 갑자기 갖추기 쉬운 조건이 아닐뿐더러 반드시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세계적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15일 도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골프 외교’가 지금도 통할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는 따뜻한 인간관계보다 거래 관계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협력 체계가 마련돼 있는 것은 다행이다. 3국 협력을 더욱 제도화하는 사무국도 설치될 예정이다. 남은 것은 한·일 정상이 함께 트럼프를 만나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두 나라 정상이 힘을 합치면 트럼프도 무시하긴 어렵다.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춰졌다. 일본은 이미 영국과 손잡고 양국 외교·경제 수장이 참석하는 ‘경제판 2+2 회의’ 창설에 들어갔다. 과거사에 갇혀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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