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은 “감점을 적용하면 입찰 결과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가처분 신청을 내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며 반발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한화오션은 “1.8점 감점은 불법성에 비해 과소하다”고 주장했다. 방사청은 “감점 기준을 정하는 건 입찰 기관 재량”이라고 반박했다.
감점제의 위력은 차세대 이지스함 구축 사업인 KDDX 관련 수사로도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부터 왕정홍 전 방사청장의 규정 변경 의혹, HD현대중공업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임원 개입, 한화오션 임원의 명예훼손 등을 수사하고 있다. 소송 승자가 8조원 규모의 KDDX 사업을 가져갈 수 있어 두 기업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해군의 핵심이 될 KDDX 사업자가 감점 여부로 결판날 처지에 놓이자 경쟁입찰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안 감점 위력이 커지면 기업이 기술을 키우기보단 상대 흠집을 잡는 데 혈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 감점제가 정작 기술 유출을 막지 못하고 부작용만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 하청 기업 A사는 창원지방법원에서 국내 대기업 및 유럽 기업의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은 피해를 본 대기업에 “보안 감점을 받을 수 있으니 사건을 덮자”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엔 일반 기술 유출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입찰 자격 박탈’과 다름없는 감점 대신 벌금 등을 내도록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최기일 상지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KDDX 관련 두 회사의 다툼이 격화한 이유는 방사청이 오랫동안 보안 감점 문제를 방치했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내부에선 선의의 경쟁을 하고, 해외에선 협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철오/정희원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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