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위산업 분야 ‘원청’ 격인 83개 기업의 관리에 집중하는 동안 하청 업체가 모인 ‘바닥 생태계’에서 기술과 인력을 빼가는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을 빼앗긴 K사는 국내외 방산 대기업과 일한 업체다. 유출 사실을 파악한 가블러가 T사에 기술 삭제 및 반환을 요구했으나 T사가 무시하면서 국제 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검찰은 T사가 거액을 받고 훔친 기술을 다른 국내 기업에 판매하려 한 정황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 저장매체에 불법 보관하며 외부로 비밀을 누설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훔친 기술로 영업하고 해외에 판매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적발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8월 K-2 흑표 전차의 화생방 양압장치 생산업체 S사 전 직원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경쟁사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빼돌려 중동 국가에 수출하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기술을 탈취한 이들은 쉽게 기술을 되파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80여 개 방산 기업뿐 아니라 수천 개 기업이 모인 하부 생태계가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찰 시 치명상을 입는 보안 감점 제도가 두려운 원청 방산 기업만 기술 유출에 신경을 쓰고 수천 개 하도급사와 재하청, 일반상용물자 제조기업 등에선 인력과 기술 탈취가 다반사인 게 업계 현실이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방위사업청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방위산업을 관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미국처럼 정부 내 유관기관이 힘을 모아 방산 전반의 보안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오/정희원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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