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그룹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을 유임했다.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 새 수장은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장(사장)으로 교체했다. LG유플러스 수장이 바뀐 건 4년 만이다. 현신균 LG CNS 대표(부사장)와 김영락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부사장)도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트럼프 2.0 시대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면서 그룹의 미래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구광모 LG 회장의 실용주의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경륜 있는 최고경영진을 유지한 것이다. 경영 안정에 방점을 뒀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LG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구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인재를 대거 기용했다. 전체 신규 임원 중 23%(28명)가 ABC 분야에서 나왔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만 3명을 신규 선임했다. 이들 모두 40대 젊은 기수로 채워 차세대 리더십을 강화했다. 전체 R&D 임원은 21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성별, 나이, 출신에 상관없이 실력과 전문성으로 인재를 중용하는 기조도 이어갔다. 이번에 새롭게 선임된 여성 임원은 7명이다. LG 내 여성 임원은 2018년 29명에서 역대 최다인 65명으로 늘었다. 1980년대생 임원은 모두 17명으로 최근 5년간 세 배 증가했다.
현 신임 사장은 LG CNS 대표가 된 지 2년 만에 리더십을 인정받아 사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17년 말 LG CNS에 합류한 뒤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데 탁월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 사장은 AT커니, 유엔, 액센츄어 등을 거쳐 2010년 LG디스플레이 전무로 합류했다.
‘정통 LG맨’ 출신인 김 신임 사장은 가전시장 정체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전구독 사업 모델을 적극 확대해 경쟁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온라인브랜드숍 기반 소비자직접판매(D2C) 사업에서 성과를 창출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그는 1991년 LG전자에 입사한 뒤 영업,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쳤고 베트남·인도 법인장을 지냈다.
김채연/황정수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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