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잘릴지 몰라 무서워요"…한때 '취업깡패'였는데 지금은 [유지희의 ITMI]

입력 2024-11-30 07:18   수정 2024-11-3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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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프리랜서건 정규직이건 권고사직 당한 개발자가 너무 많아요. 저도 언제 잘릴지 무섭습니다."

서울 구로구 소재 정보기술(IT) 기업에서 6년 차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김모 씨(31)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직 시장도 당연히 얼어붙었고 이직한다고 하더라도 연봉을 올리지 못한 채 옮기거나 심지어 연봉을 낮춰 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소프트웨어 회사 4년 차 개발자 정 모씨(30)도 "지금 다니는 회사가 20여명 정도 일하는 중소기업임에도 1명 뽑는데 300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했다"며 "파이썬 하는 곳은 지원자가 3개월 전에 비해 3배는 늘어난 거 같다. 환승 이직하고 싶은데 공고도 예전만큼 잘 안 올라온다"고 말했다.

취준생(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취업 깡패'라 불리며 개발 붐을 일으켰던 개발 채용 시장이 꽝꽝 얼어붙으며 취업 준비생과 이직 희망자들의 고민이 깊어져 가고 있다

30일 취업플랫폼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IT업계 개발자(게임 개발자, 네트워크 엔지니어, 백엔드 개발자, 웹프로그래머 등) 공고건수는 총 14만84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5% 감소했다. 개발 붐이 한창이던 2021년 29만1264건으로 30만건에 육박했지만 3년 후 채용 규모는 반토막 났다.

개발자들 사이에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신규 채용 인원도 1년 전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총 신규 채용 인원은 2022년 599명에서 지난해 231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카카오도 같은 기간 870명에서 452명으로 줄었다.

올해와 내년 개발 취업 시장 분위기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그렙이 지난 9월 기업 관계자 6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개발자 채용 및 평가 동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개발자 채용 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답한 응답 비율은 34%에 달했다.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비율이 12%에 불과했다.

11개월째 개발 직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취준생 조 모씨(28)는 "올해 취업도 정말 어려웠는데 경기도 안 좋고 개발자도 너무 많아 내년에 취업할 수 있을지 정말 두렵다"며 "신입 자체를 잘 뽑지 않고 인턴이나 중고 신입 위주로 뽑는 추세라 눈을 낮춰 스타트업이라도 가서 경력을 쌓으려고 했는데 서울 상위권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도 중소형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지원하고 있어서 거기도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고 답했다.

부트캠프 출신 취준생 김 모씨(30)는 "부트캠프를 나와 괜찮은 IT 기업에 취업하는 게 지난해 여름 정도가 막차였던 거 같다"며 "일반 직장을 다니다가 높은 연봉을 받고 일하고 싶어 6개월 과정 들으며 열심히 준비했는데 높은 경쟁률을 뚫고 취업해도 연봉 3000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마저도 쉽지 않으니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중소형 기업은 물론이고 대형 IT기업까지 개발자 권고사직을 단행하고 있어 현직자들의 불안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는 올해 10월 단행한 구조조정에 개발 직군을 포함했다. 컴투스도 올해 1월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했다.

이에 개발 단기집중교육(부트캠프) 학원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 부트캠프는 코로나 직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IT 업종의 큰 붐이 일자 비전공자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개발 인력 수요가 넘치자 부트캠프 학원 수도 급증했을뿐더러 대형 부트캠프 학원을 중심으로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이 차고 넘쳤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개발 부트캠프 학원 관계자는 "요즘에 학원 수강생이 정말 많이 줄어서 기수당 최소 7명 이상은 등록해야 하는데 이것마저도 쉽지 않고 모집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기업들도 채용도 많이 안 하려고 하니 수료한 학생들도 의지가 꺾여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소재 개발 부트캠프 학원 관계자도 "확실히 학원에 등록하려고 하는 학생이 줄었고 전공자들도 취업이 어렵다 보니 오히려 비전공자보다 전공자가 학원에 등록하기도 한다"며 "개발 직군 취업이 정말 어려워 진 게 맞고 보통 웹 개발을 중심으로 개발자를 양성했는데 이젠 웹 개발만 해선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요가 있는 인공지능(AI) 교육을 접목한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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