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층권은 고도 10~50㎞의 하늘을 일컫는다. 이 구간은 낮은 온도와 방사선 등의 이유로 민간 여객기가 다니기에 부적합하다. 이곳을 상업 비행한 민간 여객기는 초음속 비행기 콩코드가 유일할 정도로 성층권은 인류 관심 밖의 공간이었다.
29일 과학계에 따르면 최근 성층권이 지상 감시, 통신 중계 등에 활용되는 드론 운용의 최적지로 꼽혀 미래 산업의 중심 무대로 떠올랐다. 유럽 미국 일본이 이 분야에서 앞선 가운데 한국도 성층권 태양광 드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층권 드론은 기존 위성 중심 관측 체계를 보완할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큰 기술로 꼽힌다. 기존 위성보다 제작비와 운영비가 저렴하고 필요할 때 바로 띄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 유럽 에어버스, 미국 보잉, 일본 소프트뱅크 등 해외 주요 기업이 활발하게 개발 중이다.
성층권 드론의 비행 고도는 통상 18㎞ 이상이다. 이 구간의 공기 밀도는 지상의 15분의 1, 공기 압력은 20분의 1에 불과해 적은 에너지로 더 빨리, 더 멀리 날 수 있다. 바람이 약하고 공기의 상하 이동도 덜해 날씨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드론이 오랫동안 한곳에 머무는 것도 가능하다. 구름이 없기 때문에 날개에 패널을 부착해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에도 좋다. 성능에 따라 수개월간 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성층권 드론은 장기간 쓸 수 있는 위성의 특성을 겸해 ‘고고도 유사위성’(HAPS)이라고도 불린다.
성층권 드론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 지역을 24시간 들여다볼 수 있는 점이다. 지구를 계속 돌면서 비행하는 위성 1기는 스펙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같은 장소를 하루 두 차례 정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성층권 드론은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해 육·해상 감시와 대기질 측정에 유용하다. 배타적경제수역(EEZ) 감시와 산불, 태풍 등 기상 관측에 이용할 수 있다. 군 정찰기에 의존하던 오존층 측정은 물론 직접 감시 정찰 임무까지 수행한다. 통신 위성과 지상국 사이에서 데이터 전송 능력을 높여주는 기능도 한다. 우주와 지상에 필요한 통신 인프라 구축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제작비와 운영비가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위성엔 최소 수백억원이 들어가지만, 드론은 수십억원 수준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미국 방산 기업 에어로바이런먼트가 2017년 합작해 세운 햅스모바일은 ‘선글라인더’라는 성층권 드론을 개발했다. 날개 길이 78m, 총중량 1t, 장비 탑재 용량 68㎏에 달한다. 2020년 세계 최초로 성층권에서 4세대 LTE 통신 중계를 시연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지상 반경 100㎞ 구간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영국 방산 기업 BAE시스템스는 성층권 드론 ‘PHSAS-35’를 개발했다. 날개 길이가 35m, 총중량 150㎏, 장비 탑재 용량은 15㎏이다. 2020년 초도 비행을 했고, 지난해 고도 20㎞ 성층권에서 24시간 비행에 성공했다. 독일 DLR이 개발한 ‘HAP-알파’는 날개 길이 27m, 총중량 136㎏, 장비 탑재 용량 5㎏이다. 지난해 설계를 마쳤다. 중국항공공업집단유한공사(AVIC)는 ‘모닝스타50’을 개발했다. 날개 길이는 50m로 알려졌지만 총중량과 장비 탑재 용량은 알려진 바 없다. 2022년 26분간 초도 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후속 모델인 ‘EAV-4’를 다음달 중순께 시험 비행한다. 이를 통해 체공 시간을 기존 53시간에서 30일 이상으로 늘리고 임무 장비 탑재 능력도 20㎏으로 높인다. 운용거리는 500㎞로 확대하고, 영상 해상도를 저해상도에서 서브 미터급으로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날개 길이는 30m로 늘려 대형화를 추진한다. 내년에 개발을 마치고 2026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는 성층권 드론 시장 규모가 2022년 31억달러에서 2032년 84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광병 우주항공청 항공혁신임무설계프로그램장은 “성층권이 새로운 우주항공산업의 장으로 활짝 열릴 것”이라며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도록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 관련 서비스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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