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내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 ‘수익률 꼴찌’를 기록한 국내 증시가 ‘6중고’에 빠졌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으로 부진한 가운데 상장사 실적 추정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이 발목을 잡더니 ‘탄핵 정국’이라는 국내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정치권이 빠르게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어 당분간 국내 증시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증시는 수급 기반이 취약해 올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수익률 꼴찌를 달리고 있다. 웬만한 악재에도 주요 증시 중 가장 심하게 반응하는데 거기에 대형 악재 하나가 추가된 것이다.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문제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 둔화다. 그 영향으로 상장사의 이익 전망치 내림세는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강도 관세 정책도 수출 기업 중심인 국내 경제에 악재다.
여기에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주요 국정 과제는 ‘올스톱’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윤석열 정부의 대표 국정과제 정책 관련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두산에너빌리티(-10.17%) 비에이치아이(-17.85%) 등 원전 관련주, 한국가스공사(-18.75%) 포스코인터내셔널(-12.62%) 등 ‘대왕고래’ 관련주가 주저앉았다. 신한지주(-6.56%) 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련주도 떨어졌다. 주도주가 사라진 증시에선 정치테마주만 날뛰고 있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오리엔트정공과 수산아이앤티, 에이텍, 이스타코 등이 이날 상한가를 찍었다.
회사채 등 기업 자금 조달 시장도 흔들린다. 연말 기관 북클로징(회계 장부 마감)이 예정된 데다 투자심리 위축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 우려로 연말 자금 조달을 준비한 기업들이 발행 일정을 내년 초로 미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대비 15원20전 오른 1418원10전으로 출발한 후 장중 1415원 부근에서 움직이다가 막판 1410원으로 떨어졌다. 계엄에 따른 불확실성이 야간 거래에서 빠르게 해소된 데다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한 외화 유동성 공급 방안을 내놓은 결과로 분석된다.
중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커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 행정부 리더십 부재 등의 문제가 불거져 환율이 일시적으로 추가 상승하는 상황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외국인 자금을 중심으로 ‘셀 코리아’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강진규/장현주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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