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의 ‘패닉셀링’에 국내 증시가 크게 휘청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직전에도 ‘글로벌 수익률 꼴찌’를 기록하던 코스닥 지수는 ‘탄핵 불발’이라는 핵폭탄급 악재까지 더해지자 5% 넘게 급락했다. 계엄령 해제 직후 예상과 다르게 윤 대통령의 거취가 불명확해지자 경제정책의 동력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신뢰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매도 실익이 없다”며 투매를 말리고 있지만 정작 개미는 미련없이 국내 증시를 떠나는 모습이다.개인 투자자의 패닉셀이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889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030억원 등 총 1조192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 코스닥 시장 상장 종목 1707개 중 하락 종목은 1553개(90.9%)에 달했다. 이 중 약 절반(785개)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개인이 투매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가 완전히 붕괴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20년 코로나19, 지난 8월5일 ‘블랙 먼데이’ 사태 등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개인은 대규모 저가매수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악재는 영원하지 않고, 증시는 결국 본질적 가치에 수렴한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해 내내 -20%대 수익률에 시달리며 지칠대로 지친 개인은 ‘계엄령 선포’와 ‘탄핵 부결’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맞닥뜨리자 미련없이 국장을 떠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이 투매에 나서면서 개인 투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지수가 더 많이 급락했다”며 “증시와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재무건정성이 우량한 ‘퀄리티자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심리가 강해지는데 코스닥 시장은 건전성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개인의 투매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지금 저가 매수에 들어가 내년 수익을 내더라도 세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도 불만이다. 이날 정부는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집행 대신 1000억원 규모의 밸류업펀드를 이번주와 다음주 중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의 하루 투매 물량이 1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영향력은 미미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엄 이후 지난 4~6일 개인의 미국 증시 순매수액은 8553만5876달러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 ‘국장 탈출은 지능 순’, ‘미국 주식은 세금을 낸다. 그러나 국장은 원금을 낸다’ 같은 밈이 유행하고 있다”며 “투자자 사이에서 국내 증시가 투자의 대상이 아닌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우려했다.
‘개인 투매가 나와야 진바닥’이라는 증시 격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이번주 9~10일에 단기 바닥을 기록할 것”이라며 “기업 체력(실적) 대비 주가가 싼 기업이 굉장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후 바닥에서 반등이 나오면 오늘 같은 수급은 항상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계엄령 선포 이후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처음으로 순매수세를 기록한 것도 주목할만 하다는 분석이다. 이날 외국인 유가증권시장서 1011억원, 코스닥시장서 204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심성미/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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