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은 연간 약 3000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 동남아시아 관광 대국이다. 수도 방콕의 12월은 그중 최대 성수기. 우기가 지나 제법 선선하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날씨에 연말연시를 보내려는 사람들로 연일 늦은 밤까지 축제 분위기다.
지난 4일 방콕 짜오프라야강 중심에 있는 대형 쇼핑몰 아이콘시암에는 ‘액세스 방콕’이라는 이름의 아트페어 광고가 곳곳에 크게 걸렸다. 아이콘시암은 75만㎡ 크기의 초호화 쇼핑몰로 투자비만 2조원이 넘는 방콕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높은 층고에 방콕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8층 피나클홀에 이날 30개 갤러리가 부스를 차리고 VIP 관람객을 맞았다. 333갤러리, 노바컨템퍼러리, 시티시티갤러리 등 9개 방콕 갤러리, 대만 타이페이 아르테민, 말레이시아 A+ 웍스오브아트 등이 자리를 잡았다. 조현화랑, 백아트, 옵스쿠라 등 한국에서 건너간 12개 갤러리도 부스를 채웠다.

아트페어 경험이 전무한 도시에 행사를 수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국화랑협회 주최의 키아프(KIAF)에서 전시 설치를 해온 전문회사 준아트 등이 현지에 급파됐다. 갤러리 선정 등 콘텐츠뿐만 아니라 행사에 사용한 가벽과 조명 등 하드웨어까지 통째로 수출한 셈이다. 이미림 AML 공동대표는 “한 달 전쯤부터 방콕에서 생활하며 현지 인력과 소통하고 각종 장비 등을 배로 운송해 오는 등의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첫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 데는 숨은 조력자들도 있었다. 유명 갤러리스트이자 온라인 미술품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송보영 아투(ARTUE) 대표는 VIP 초청과 온라인 뷰잉룸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태국 최대 기업이자 시가총액 200조원의 CP그룹 회장 부인인 마리사(한국명 강수형) 특별고문은 아트페어를 여러 차례 방문해 자리를 빛냈다.
아트페어의 성공은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조현화랑은 출품한 이배 작가의 작품을 모두 판매했는데, 그중 두 점이 태국 컬렉터에게 돌아갔다. 태국의 와린랩갤러리는 첫날 7점을 판매했고,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을 내세운 탕컨템퍼러리도 3점의 작품을 팔았다. 그 외 많은 작품이 500만~2000만원대에 거래됐다.
분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달라졌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한국콘텐츠진흥원 격인 ‘국가소프트파워전략위원회’를 설립해 당시 세타 타위신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집권당 수장인 패통탄 친나왓이 부위원장을 맡아 실무를 진행했다. 음악, 미술, 스포츠, 관광 등에서 연간 150조원의 수익을 낸다는 목표로 올해 초 미술품 거래세를 폐지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실행을 앞두고 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딸인 37세의 패통탄이 지난 9월 총리로 공식 임기를 시작하면서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액세스 방콕 아트페어에도 보증금 관세 등의 한시적 인하 혜택을 줬다.
방콕=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