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관하는 분할 합병안을 의결할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가 추진했던 두산밥캣 분할합병안이 무산됐다는 의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임시 주총은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등 불안한 정치적 상황 여파에 주가가 하락했고 주가와 주식매수청구 가격 차이가 커졌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약속된 주가에 주식을 사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여파에 약속한 주가와 실제 주가와의 괴리가 커지자 두산에너빌리티는 예상보다 큰 비용 부담을 안게 됐고 사실상 분할합병의 실익이 사라지게 됐다.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가 제공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6000억원가량은 회사가 이번 분할합병 완료 이후 성장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금액과 유사한 수준이다.
분할합병이 무산되면서 두산그룹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은 무위로 돌아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예상치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가 생겼다"며 "이로 인해 분할합병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 내에 급격히 하락해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전 찬성 입장이었던 많은 주주들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선회함에 따라 본 분할합병 안건의 임시주총 특별결의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졌다"며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주들께 계속 불확실성을 남겨두는 것보다 빠르게 의사를 결정해서 회사의 방향성을 알려드리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회사 내부의 신중한 검토 및 논의를 거쳐 이날 이사회 결의로 두산로보틱스와의 분할합병 관련해 오는 12일 개최 예정이었던 임시주총 소집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도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4차 주주서한에서 "갑작스러운 외부환경 변화로 촉발된 시장 혼란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회사는 오는 12일로 예정된 임시 주총을 철회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앞서 두산그룹은 시너지 극대화와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고 이 일환으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간 분할 합병을 추진했다.
분할합병 무산 소식에 이날 오후 3시 현재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전일 대비 8%대 급락세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은 각각 1%대와 2%대 오름세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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