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한화그룹이 노르웨이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REC실리콘에 눈독을 들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한화큐셀이 미국에 구축한 태양광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딱 하나 없는 게 폴리실리콘이었기 때문이다. REC실리콘만 손에 넣으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을 100% 수직계열화해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가격경쟁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한화의 판단이었다.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덜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AMPC)을 받는 건 덤이었다.
한화는 그길로 REC실리콘 지분 33.3%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한 가지 놓친 게 있었다. REC실리콘의 제조 실력이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REC실리콘은 최근 미국 워싱턴주 모지스레이크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2014년 문을 연 이 공장은 한동안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연간 1만6000t가량 생산했다. 태양광 모듈 기준으론 8GW가량을 제조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가격 및 품질 면에서 중국에 따라잡히자 2019년 문을 닫았다.
미국에 초대형 태양광 생산 공장을 짓는 ‘솔라 허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한화큐셀의 눈에 REC실리콘이 들어온 이유다. 한화큐셀은 2019년 준공한 미국 조지아주 돌턴 모듈공장(1.7GW) 인근 카터즈빌에 2022년부터 잉곳·웨이퍼·셀·모듈을 3.3GW씩 생산하는 통합공장 구축에 나섰는데, 폴리실리콘만 갖추면 ‘태양광 공급망 100% 수직계열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장 폐쇄로 ‘몸값’이 떨어진 REC실리콘은 더할 나위 없는 인수합병(M&A) 타깃이었다. REC실리콘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보다 1000배가량 높은 순도가 필요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품질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22년 REC실리콘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한화큐셀은 4년간 폐쇄된 공장을 정상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으로부터 빌린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를 공장 재정비에 투입하고, 4조원 규모의 일감도 건넸다.
업계에선 REC실리콘이 순도를 못 맞춘 원인으로 기술진 이탈을 꼽는다. 모지스레이크 공장을 4년 동안 폐쇄한 데다 1년 전 몬태나주에 있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공장마저 폐쇄하면서 기술직이 떠났기 때문이다. 노후화된 설비도 원인이 됐다. 4년간 공장을 놀린 탓에 공장 설비가 급속도로 노후화돼서다. 설비를 교체해야 했지만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한화솔루션은 투자를 보류했다.
한화큐셀은 폴리실리콘을 OCI홀딩스의 말레이시아 생산법인 OCIM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OCIM의 폴리실리콘은 ㎏당 22달러로 중국업체(약 7달러)보다 세 배 비싸지만, 미국이 중국산 폴리실리콘에 최대 250%에 이르는 반덤핑·상계관세(AD/CVD) 부과를 예고한 만큼 결과적으로 싼값에 구입하는 셈이 된다.
한화큐셀은 OCI홀딩스와의 공급망에 관한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 다른 곳보다 안정적으로 고품질·고순도 폴리실리콘을 공급받을 수 있어서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OCI홀딩스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태양광 밸류체인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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