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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여기까지가 경제학 상식 수준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환율 변동이 수출에 미치는 효과인 듯 싶다. 하지만 이런 메커니즘에서는 대부분의 경제학 교과서에서 전제로 삼고 있지만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조건이 달려있다. “다른 조건이 모두 일정하다면(cetris paribus)”이라는 것인데, 아쉽게도 현실 세계에서는 한가지 현상이 변할 때, 특히나 금융시장의 가격변수가 변할 때 다른 조건이 일정한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위의 과정에서 환율 상승이 달러 표시 수출금액을 증가시킨다는 부문을 살펴보자.
수출품을 구입해가는 바이어 입장에서는 동일한 대체 상품 대비 저렴한 상품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물량이 늘어난다. 이때 물량이 늘어나는 정도는 가격 탄력성이 결정한다. 가격 탄력성이 크다는 것은 대체 상품이 많은 환경에서 수출품의 가격이 조금만 저렴해지더라도 물량이 많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가격탄력성이 낮다는 것은 수출품의 가격 변동에도 불구하고 물량 변화가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체 상품이 많지 않고 수요 자체가 더 중요할 경우에 해당한다.
한국은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중국이 WTO에 가입하기 이전까지) 단순 제조업 제품을 주력 수출 상품으로 삼고 있었다. 수출 상품 자체가 대체 상품이 많고 기술보다는 가격에 의존하는 특성이 높았기 때문에, 과거 한국의 수출 기업들은 물량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전략을 택했고, 그것은 가격 전가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대체 상품이 많다는 것은 물량의 가격 탄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수출 증가와 국내 경기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학계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가격 전가율이 과거보다 낮아지는 추세에 있으며,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하이테크 산업으로 변화되면서 가격 탄력성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 가운데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컨센서스가 상향 조정되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경제 성장은 소비 증가와 수입 증가가 동반되기 때문에, 미국 경기의 호황 국면에서는 무역 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트럼프 정책이 추진하는 감세 정책으로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도 매우 유력해 보인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미국의 쌍둥이 수지(재정 수지+경상 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달러지수가 조정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2025년에도 미국의 강한 성장과 트럼프 정책이 미국의 쌍둥이 수지 적자를 확대한다면, 강달러가 슈퍼 달러로 도약하는 것을 제재할 수 있는 요인은 결국 미국에서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원/달러 환율 안정에 필요한 최우선적인 과제는 국내 펀더멘탈 회복과 정치 안정이 급선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본 견해는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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