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경쟁하는 기업들은 요즘 “해법이 안 보인다”는 말을 달고 산다. 안 그래도 가격 경쟁력이 훨씬 높은데 최근 들어 기술력도 부쩍 올라서다. 석유화학, 배터리, 가전, 철강, 반도체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중국의 사정권에 들어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 우선주의와 계엄 사태 여파로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모두가 ‘퍼펙트 스톰’에 휩싸였다며 비상경영에 나선 이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 회장은 6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대내외 상황이 어렵다고 움츠러들어선 안 된다”며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세계 3위인 현대차·기아도 거센 파도의 영향권에 있다. 정 회장은 하지만 위기보다 기회에 초점을 맞췄다. 정 회장은 “올해가 위기냐, 기회냐는 반반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우리 상황에 대해 걱정도 있지만 희망도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작년에 잘됐으니 올해도 잘되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할 여유가 없다”면서도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극복해온 현대차그룹의 DNA가 있으니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인 171만 대를 팔았다. 지난 3일에는 아이오닉 5, 아이오닉 9 등 5개 차종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 처음 들어가는 호재도 있었다.
성 김 현대차그룹 대외협력·PR담당 사장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롱 텀 플래닝’을 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다”며 “너무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고 (상황을)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사장)도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량 목표를 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늘릴 것”이라며 “신중하지만 동시에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렇게 번 돈으로 수소차(현대차),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포티투닷), 산업용 로봇(보스턴다이내믹스), 도심항공교통(슈퍼널) 등 미래 기술을 키우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수소는 미래 세대를 위한 중요한 영역으로 전체적인 수소 밸류체인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를 책임지는 송창현 현대차 첨단차플랫폼(AVP) 사장은 “가장 중요한 건 우수 인재 확보”라며 “소프트웨어를 내재화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양산차에 적용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합종연횡과 관련해선 “혁신을 향한 굳은 의지는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로도 힘차게 뻗어나가야 한다”며 “필요에 따라서는 경쟁자와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동맹을 맺은 것을 비롯해 웨이모, KT, 삼성전자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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