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견·중소 상장사들이 주주들에게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 할인권, 우대권 등 혜택을 주는 주주우대 서비스에 속속 나서고 있다. 소액주주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해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마케팅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오뚜기, 비상교육, 휠라홀딩스, 더네이처홀딩스, 시노펙스, 흥국에프엔비, 전진바이오팜 등이 주주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IR큐더스는 올 1분기 중 다른 국내 증권사 두어곳과도 이 서비스를 추가로 열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주주가 자사몰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여러 업종 상장사가 함께 주주 우대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는 일부 기업이 마케팅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주주에게 혜택을 제공했다. 1997년 4~6월 세 달간 기아자동차가 자사 주식을 1000주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자동차를 5% 할인해 판매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이후엔 주주에게 리조트·스키장 할인 혜택을 주는 강원랜드 등을 제외하면 주주 우대 정책을 운영하는 기업을 찾기 힘들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수퍼마켓 체인 기업 라이프코퍼레이션은 100주 이상을 1년 넘게 보유한 주주에게 자사 수퍼마켓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제공한다. 일본맥도날드홀딩스도 같은 기준으로 투자자에게 식사 할인권을 준다. 올초엔 1000개 넘는 상장사에 투자하면서 주주우대 혜택을 모아 외식과 취미활동을 해결하는 한 일본 자산가의 이야기가 홍콩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일본 주주들은 투자 결정에 있어 주주혜택을 유의미하게 보는 분위기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2022년 주주혜택을 폐지한 기업들은 발표 다음날 주가가 평균 5~6% 내렸다.
기업이 주주 혜택을 통해 주주에게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고, 이를 통해 매출 외연을 키워 주가를 올리는 선순환 구조도 도모할 수 있다. 비상교육 관계자는 “기업이 주주이자 고객인 투자자와 장기간 함께하고자 한다는 취지로 주주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며 “잘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주주의 투자 관심도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이르면 다음달 중 자사 교육 앱 등에 대한 쿠폰 혜택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업 입장에선 혜택만 받아가는 ‘체리피커’ 주주도 잠재적 부담 요소다. 투자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주식을 사들여 할인 혜택을 받고, 직후에 주식을 팔아버리기도 쉽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본 상장사들은 주로 주식 보유기간이 1년 이상인 주주를 대상으로 혜택을 지급하고, 보유기간이 길 수록 추가로 우대하는 구조로 제도를 운영한다”며 “이같은 방식을 쓸 수 있다면 개인 투자자들의 중장기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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