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친환경차·2차전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라 둔화한 친환경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공급망 안정화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음극재 등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위기를 겪고 있는 품목에 대해 국내 생산, 수입 다변화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흑연으로 생산하는 음극재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흑연은 중국의 미국 수출 통제로 ‘약한 고리’로 꼽히는 원료”라며 “국내 음극재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생산 규모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구체적인 규모는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음극재는 배터리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배터리 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인조흑연 기준)에 달한다. 국내에선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 등에 납품하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10위)에 불과하다.
BTR, 샨샨 등 중국 업체가 상위 10위권 중 9위까지 모두 휩쓰는 등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음극재 원료인 천연흑연의 70%가 중국에서 나오는 데다 음극재 가공에서도 중국 업체가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기업들은 저렴한 전기료, 풍부한 흑연,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음극재를 ㎏당 2달러 후반이라는 싼값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흑연으로 제작한 음극재 규제를 2년 뒤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포스코퓨처엠에 기회 요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중국산 흑연을 쓰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판매 보조금(대당 7500달러)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당장 중국의 흑연 공급망에서 탈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기차 및 배터리 셀 제조사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정부 보조금은 국내에서 음극재를 제조하는 ‘선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는 일본 미쓰비시와 합작공장을 지어 음극재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올해 초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본업인 양극재 분야에서 적자가 누적되고 일본 정부의 허가가 늦어져 사업 진출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형규/이슬기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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