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금융위원장을 지낸 전직 경제 관료를 만났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국민의힘 추천 몫인 조한창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후보자를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 임명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보류한 직후였다. 그는 임명 직전 최 권한대행에게 이렇게 조언했다고 했다. “여야와 좌우, 윤석열 대통령보다 나라 경제와 외교, 국민의 삶을 위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기자는 다시 물었다. 최 권한대행이 조언을 구하고 귀를 기울인 이들이 누구인지. 그 전직 관료는 이렇게 답했다. “정상적인 사람들이죠.” 직업 정치인과 검사, 판사, 변호사, 운동권 출신의 이른바 ‘여의도 정치꾼’이 아닌 이들이라고 했다. 적어도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가 없는 전·현직 관료와 기업인, 금융인, 학자 등으로 짐작된다.
정상과 비정상…. 이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진 건 법이 무너지면서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 수사와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고, 입법권을 침해한 영장 논란마저 불거지면서 사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이를 빌미로 당당하게 책임지겠다던 윤 대통령은 철조망과 지지자 뒤에 숨어 법에 맞서다 결국 체포됐다. 한 나라의 지도자에겐 걸맞지 않은 모습이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은 극우 인사인 전광훈 목사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백골단까지 소환했다. 민주당은 12개 범죄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을 질질 끌면서 탄핵과 대선 시계를 앞당기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여야 모두 한심할 지경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한강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 뒤표지에 이렇게 썼다. ‘누구나 노력이라는 것을 하고 작가들도 물론 그렇다. 그러나 한강은 매번 사력(死力)을 다하고 있다.’ 이 문장을 흉내 내보면 이렇다. 누구나 노력이라는 것을 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정상적인’ 이들이 지금 사력을 다하고 있다. 언제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대한민국이 버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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