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시민들을 납치한 후 벌어진 15개월 동안의 무력 충돌이 멈추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중재국 카타르, 이스라엘 및 하마스 관계자들은 양측이 42일 동안 교전을 멈추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영구 휴전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카타르 총리는 “19일부터 휴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내각은 16일 오전 투표를 통해 휴전 여부를 확정한다.
하마스는 여성·노인·병자부터 33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단계적으로 석방할 예정이다. 이스라엘도 이에 맞춰 순차적으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1000명을 풀어주기로 했다. 양측은 남아 있는 약 100명의 이스라엘 인질(약 35명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과 수감자 교환 방법, 영구 휴전 후 가자지구 관리방법 등에 관해 휴전 기간 동안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정권 교체기에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서로 협력했다고 밝혔지만, 이 휴전의 주된 공을 세운 게 누구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내 생에, 그리고 가자 사람들에게 최고의 날입니다."(세 아이의 아버지인 팔레스타인인 아베드 라드완)
"이미 많은 사람을 잃었는데, 가까운 사람을 또 잃을까봐 두렵습니다."(가자주민 레함 야세르 알 나자르)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이 470일 동안 이어진 가자 전쟁의 휴전에 15일(현지시간) 전격 합의하면서 지난해 중동전쟁 격발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이 일대의 긴장이 다소 누그러들 전망이다.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자 지구 등에서는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축제와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영국 가디언지 등은 전했다.
양측은 3단계 휴전 방식에 동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제안했던 것과 유사한 접근으로, 일단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영구 휴전을 어떻게 할지를 천천히 결정하는 것이다. 시급한 사안부터 단추를 채워가는 이점은 있지만, 가자 지구의 관리 방식을 두고 양측이 원만하게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철수하되 가자 남부와 이집트 간 필라델피 회랑에는 병력을 그대로 둘 계획이다. 양측은 휴전 16일째 되는 날부터 2단계 및 3단계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남성군인 석방, 영구 휴전, 이스라엘 군의 완전한 철수 방식 등을 논의하게 된다. 휴전 3단계는 가자지구 재건이다. 이집트와 카타르 등 중재국과 유엔이 재건과정을 감독할 예정이다.
양측이 일단 휴전에 합의하긴 했지만 향후 42일 동안 영구 휴전에 관한 밑그림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는 물론이고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의 가자지구 통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가자지구 주변에 800m 너비의 완충지대를 두고 가자 지구에 대한 안보 통제권을 갖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스라엘, UAE 등의 구상은 PA를 개혁하는 동안 가자 지구를 운영할 임시 행정부를 구성해서 이를 통해 영구적으로 이 지역을 다스리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당선된 덕분에 협상이 성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작년 11월의 역사적인 승리가 아니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면서 "내 정부가 평화를 모색하고 있고 모든 미국인의 안전을 위해 협상할 것이라는 신호를 세계에 보낸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지난 1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날 것을 요구했다. 이 결과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 대표단이 카타르를 방문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지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때 트럼프 당선인의 합의 수용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동맹국과 함께 가자가 다시는 테러리스트의 피난처가 되지 않도록 에이브러햄 협정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에이브러햄 협정은 트럼프 1기 정부가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과 체결한 평화 협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과 전 세계에 다가올 위대한 일들은 이제야 막 시작됐다"면서 "백악관에 입성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일을 이뤘으니, 백악관에 복귀하면 일어날 모든 놀라운 일을 상상해 보라"고 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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