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조만간 발표키로 하면서 강남구 대치동·청담동·삼성동과 송파구 잠실동 집값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으로 광범위하게 묶여 그동안 ‘갭투자(전세 끼고 투자)’가 불가능했던 곳이다.
재건축 단지가 아니거나, 개발지역에서 거리가 먼 행정동부터 풀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선 투자 수요가 유입돼 해제된 지역의 집값이 일시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전체 면적의 10.78%인 64.53㎢에 달한다. 강남구와 송파구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지역과 주요 재건축 단지(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18.98㎢가 지정돼 있다. 신속통합기획·공공재개발·모아타운 사업지(18.14㎢)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업계에서 주로 거론되는 해제 대상지는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이다. 잠실마이스복합단지와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에 따라 개발 혜택을 볼 것이란 이유로 너무 광범위하게 묶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26.62㎢)을 제외하면 면적이 가장 넓다. 완공 예정 시점도 2030년 전후여서 그때까지 유지하는 건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많다.
이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집값 안정화 효과는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제기준안 마련 용역을 맡은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관련 토론회 자료에서 “시행 이후 2년간 -9.5% 집값 안정화 효과가 있었지만 4년 후부터는 그 효과가 미미해졌다”고 밝혔다. 전세가는 타지역에 비해 1~2% 추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행정동 단위로 풀되 신속통합기획 단지만 따로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교수는 토론회 자료에서 “신통기획으로 지정된 아파트 거래만으로 지수를 만들면 권역 내 다른 단지에 비해 급등하는 현상이 확인된다”며 “GBC 주변 구역을 해제하는 선택이 이뤄진다면 신속통합기획 단지를 대상으로 한 재지정은 필요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신속통합기획 자문형 사업으로 정비계획을 변경한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지난 4일 신고가인 34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작년 연초보다 6억원 이상 올랐다. 대치2동에선 대치 미도아파트가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재건축 단지가 없는 잠실5동(잠실엘스·리센츠)은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이들 단지는 잠실주공에 비해 전세가가 두 배 정도 비싸고 집값도 상승세여서 투자수요가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학군지 전세수요 덕분에 대출 규제로 거래량이 급감한 와중에도 신고가는 이어졌다”며 “갭투자가 허용되면 상승 여력은 더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과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대부분의 단지가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 중이고, 아직 사업 초기여서 지분 쪼개기 등 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다만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 중인 구역도 사업시행계획인가 또는 관리처분인가 때 푸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잠실주공5단지는 조합이 설립돼 통합심의만 통과하면 사업시행계획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집주인은 재산권을 침해받고, 세입자는 입지 대비 저렴하게 살 수 있었던 재건축 단지에서 밀려나는 효과가 있어 부작용이 컸다”며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이나 GBC가 단기간에 끝나는 사업도 아니고 완공될 때까지 지정해둘 순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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