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이 최윤범 회장 측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기로 했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이날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어느 한 편을 들기 부담스러워하는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그간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 관련 안건에 모두 찬성해왔다. 이번 결정도 소액주주 보호 차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분쟁 상대방인 영풍·MBK파트너스보다 지분이 적은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를 해야하는 최 회장 측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주식을 일부 처분해 지분율이 7.49%(156만6561주)에서 4.51%(93만4443주)로 줄었지만, 여전히 비중이 높은 주요 주주다.
현재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지분 40.97%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 회장 측이 약 34%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양측 지분 차이는 약 7% 정도다.
앞서 최 회장의 가족회사 유미개발(고려아연 지분 1.63% 보유)은 지난해 12월 24일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며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안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조건으로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제안했다.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영풍·MBK 연합이 의결권 지분 경쟁에서 앞서 있더라도 상법상 '3%룰'(대주주 의결권 제한) 때문에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게 돼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3%룰은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들고 있더라도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해준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은 특별 결의 사항으로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남은 변수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제기한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 결과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려면 고려아연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사전에 허용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의안상정 금지 가처분을 낸 상태다. 이날 첫 심문 기일을 진행했으며, 오는 21일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주주 보호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몰각되고, 최윤범 회장 자리 보전 연장의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며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1대 주주와 2대 주주간 지배권 분쟁 국면은 장기화 될 것이며 이와 같은 상황은 회사는 물론 주주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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