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가면서 누구나 가끔 실수를 하게 된다. 실수 자체가 인간은 신이 아니라, 나약한 인간임을 나타내는 징표가 되기도 한다. 젊을 때의 실수는 그래도 봐줄 수 있지만, 나이 들어서 하는 실수는 그렇지 않다. 그러니 작은 실수든 큰 실수든 실수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은 여기저기 실수가 참 많았다. 아침 8시22분 기차를 타려고 평창역에 나왔는데, 플랫폼이 썰렁하다. 왠지 무언가 이상해서 표를 확인해보니, 아뿔싸! 내가 예매한 표가 평창역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확인했어야 하는데, 이제 보니 출발역과 도착역을 바꾼 것이다. 얼른 기존 표를 반환하고(다행히 취소 수수료는 0원), 부랴부랴 평창역 출발 청량리역 도착 표를 구매했다. 그래도 기차표가 아직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좌석에 앉아 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칼럼을 하나 쓰고 있었다. 다음 역에 정차하자 어느 분이 내 옆에 와서 자리가 맞는지 묻는다. 아뿔싸! 바로 앞자리가 내 좌석이었는데, 좌석번호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그냥 감으로 뒷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번호 하나 차이지만,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얼른 앞자리로 옮겼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오늘 기차를 타면서 벌어진 사건은 그래도 나이 들었음을 핑계로 조금은 봐줄 만 한 일이다. 지난번에는 더 황당한 일이 있었다. 월요일이 공휴일이었는데, 화요일 일정을 착각해서 덜렁 기차를 탄 적이 있었다. 보통 빨간 글씨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서 벌어진 사건이다. 평창역에서 아무 생각 없이 기차를 타고 자리에 앉았다. 지나가는 승무원이 표를 확인하자고 한다. 아뿔싸! 다음날 화요일 차표였다. 표 없이 기차를 탔으니, 무임승차이고 2배의 차비를 내라고 한다. 쓸데없이 돈만 날리고 다음 역에서 내려 다시 평창역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니 요금의 3배를 내고 엉뚱한 곳까지 기차만 타고 갔다 온 꼴이다.
나이 들면서 날짜를 착각하거나, 시간을 잘못 생각하는 일이 많아진다. 오늘과 같이 기차표 예매와 좌석에 관련된 실수가 늘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랴!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심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다행인 것은 이런 정도의 작은 실수는 치매라고 부르지 않고 건망증 정도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인 경우 삶의 질은 엄청 떨어진다. 스스로 더 이상 건망증이나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확인하고 또 확인할 일이다. 기차표 예매와 자리 확인, 일정관리와 요일 확인 등. 그래도 아직은 이 정도니 얼마나 다행인가.
작은 실수가 아닌 큰 실수도 있다. 가끔이지만 볼일을 보고 남대문을 올리지 않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반드시 올린다고 올렸는데도 어느 때 보면 남대문이 열려있는 것을 깨닫고는 흠칫 놀란다. 다행히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한 경우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대중교통을 타거나 다른 사람 앞에 서 있을 때 열려있는 것을 발견하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한다. 그래도 괜히 미안하고 객쩍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자칫 젊은이들이 할아버지의 주책이라고 놀리지 않을까. 대부분 나이든 사람 노인네라고 봐주겠지만. 혹시라도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신고한다면 얼마나 창피한 일일까.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
더 큰 사건은 점심에 반주를 하고, 후배를 만나서 낮술을 하면서 벌어졌다. 기분 좋게 마시다보니 과음을 했다. 평소의 주량보다 3배 정도 더 마신 것이다. 술이 술을 마신다는 말이 있듯이 내 주량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주는 대로 받아 마신 후유증은 예상보다 크다. 내 정신은 똑바로 걷고 있는데, 비틀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발이 꼬여서 지하철 바닥에 넘어졌는데, 도통 일어나질 못한다. 어떤 젊은이가 팔을 잡아서 일으켜주면서 괜찮냐고 물어본다.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괜찮다고 대답하지만, 이미 내 몸의 통제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지나가던 경찰이 부축을 하면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보는데, 그냥 술이 많이 취해서 그렇다고 대답하고 지하철에 올랐다. 어찌어찌해서 집에는 왔는데, 자고나서 생각해 보니 낮술에 취해서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부터는 낮술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반성과 함께, 반주로 마시더라도 내 주량을 넘기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의도적으로 피해야 할 실수는 ‘돈거래’이다. 친구, 가족, 자식 가릴 것 없이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자칫 돈 잃고 사람 잃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형편이 넉넉하면 그냥 주는 것이 편하다. 내가 없으면 없는 대로 아껴 쓰고 줄이면서 살아가야 한다. 빌려준다고 하더라도 받을 생각 하지 않고 주면 못 받더라도 마음이 편해진다. 특히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돈을 맡기는 것은 사기꾼들의 놀음에 춤춰주는 꼴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노력하지 않고 쉽게 들어오는 돈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안분지족, 있는 것에 만족하고 욕심 내지 말고 노후를 즐기며 살아가자.
작은 실수든 큰 실수든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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