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기업 솔레어가 한국 여자골프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랭킹 1위 박성현(31)과 고진영(30)을 차례로 후원한 데 이어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하는 윤이나(22)와 메인 후원 계약을 체결하면서다.윤이나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세마스포츠마케팅은 윤이나가 필리핀 블룸베리리조트&호텔과 2년간 후원 계약을 맺었다고 19일 밝혔다. 윤이나는 2년 동안 블룸베리리조트&호텔 산하 솔레어리조트노스의 로고를 달고 경기에 나선다. 계약 조건은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연간 100만달러(약 14억5000만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이나의 후원자가 된 솔레어는 필리핀 억만장자로 알려진 엔리케 K 라존 회장의 수레스트프로퍼티그룹 계열사인 블룸베리리조트&호텔의 자회사다. 포브스에 따르면 라존 회장의 순자산은 110억달러다. 그는 리조트사업 외에도 세계적인 항만운영사 인터내셔널컨테이너터미널서비스(ICTSI)를 운영하고 있다.
라존 회장은 소문난 골프광이다. 매주 토요일 골프를 즐긴다는 그는 핸디캡 2로 수준급 골프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에 대한 애정으로 필리핀여자프로골프투어(LPGT) 대회를 후원하고 있고, 그가 운영하는 ICTSI는 다음달 12일부터 14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024 드림(2부)투어 필리핀레이디스마스터스에도 공식 스폰서로 참가한다.
라존 회장은 한국을 사랑하는 기업인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1월에는 가수 싸이를 솔레어 앰배서더로 임명하기도 했다. 솔레어 관계자는 “라존 회장이 한국 문화와 콘텐츠를 유독 좋아한다”며 “LPGA투어 스타들을 끊임없이 배출한 한국 골프를 동경하고 있으며, 필리핀 골프가 한국을 롤모델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라존 회장의 한국 사랑이 박성현 고진영 윤이나의 후원 계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라존 회장의 이번 투자는 카지노 리조트 홍보를 위한 것이다. 블룸베리리조트는 솔레어 외에 제주도에서 선호텔앤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솔레어가 LPGA투어 유명 선수들을 후원하는 결정적 이유는 카지노 홍보 및 고객 유치”라며 “솔레어는 미국에서도 MGM을 뛰어넘는 유명 카지노 이미지를 얻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2019년 2월 후원 계약 규정을 개정해 카지노 및 도박업체와의 후원 계약을 허용했다. 미국 대법원이 스포츠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한 연방법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골프계에는 여전히 카지노기업의 후원에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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