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모터스포츠 시장을 뚫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동차 마니아와 오피니언 리더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2018년 3월 한국타이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사진)이 모터스포츠를 핵심 프로젝트로 꺼내 들었을 때 상당수 임직원은 그저 ‘립 서비스’로 생각했다. 피렐리, 미쉐린 등 모터스포츠 시장을 접수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수주가 불확실하고 당장 돈도 안 되는 사업에 얼마나 오랫동안 매달리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몇 번 도전하다가 포기할 것”이란 말이 사내외에서 돌 정도였다.
하지만 조 회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길로 레이싱 타이어 연구개발(R&D) 인력을 세 배 가까이 늘렸고 모터스포츠 마케팅팀을 신설했다. 그렇게 7년을 투자한 끝에 한국타이어는 지난 16일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인 ‘월드 랠리 챔피언(WRC)’에 독점 공급사로 선정됐다. 한국타이어가 3대 모터스포츠 대회(WRC·F1·나스카) 독점 공급사가 된 건 처음이다.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모터스포츠 대회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00년대 들어서다. 10여 년이 지난 2014년 한국타이어는 WRC 하위 클래스의 타이어 공급 업체가 됐다. 그때만 해도 레이싱팀이 여러 타이어를 선택하는 방식이었기에 진입장벽이 낮았다. 하지만 4년 뒤 한 곳만 선정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며 한국타이어는 퇴출됐다.
바로 그해 한국타이어 CEO가 된 조 회장은 본격적으로 레이싱용 타이어 개발에 매진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스물여섯 살부터 한국타이어에서 일해온 조 회장은 ‘모터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자동차 시장에 영향력을 미칠 고객’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했다.
매년 수백억원의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조 회장은 “모터스포츠용 타이어를 개발하며 얻은 R&D 경험은 고스란히 한국타이어에 쌓이는 자산”이라며 “돈 걱정하지 말고 개발하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미쉐린, 피렐리, 브리지스톤 등 굴지의 타이어 제조사 전략도 벤치마킹했다. 한국타이어는 2022년부터 전기차 레이싱 대회인 E 월드 챔피언십(포뮬러 E) 독점 공급사로 선정된 데 이어 이번에 피렐리를 제치고 WRC의 독점 파트너가 됐다. WRC는 평평한 도로 위에서 벌이는 서킷 경주와 달리 비포장도로, 눈길, 진흙 길 등 험난한 지형에서 치러지는 만큼 타이어 성능이 그만큼 중요하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모터스포츠 후원을 통해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R&D 혁신을 위한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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